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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은 급격하고 살벌하게 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르노삼성 노조는 자기 밥그릇만 챙길 것인가. 리바이벌 플랜으로 1000명 가량이 회사를 떠났던 그 아픈 기억을 벌써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
완성차업체들의 굴곡은 노사간 화합 여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다. 노조의 입김에 따라, 노조의 영향력에 따라 회사 운명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2009년 쌍용차 노조는 77일간 옥쇄파업을 일으켰다. 이후 회사는 수렁속으로 곤두박질 쳤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인도의 마인드라그룹이 인수한 전후부터 노조는 달라졌다. 옥쇄파업과 법정관리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가정이 파탄나는 참혹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협력과 양보를 실천, 노사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아직까지 흑자전환을 못하고 있지만, 노사는 묵묵히 손을 맞잡고 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으로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성 노조의 나쁜 사례로 풀리지 않는 난제다.
한국지엠도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R&D 부문의 법인분리로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GM의 한국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노사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는 르노삼성 노사간 임단협이 결렬됐다. 본사에서 제시했던 데드라인이 무너진 것이다. 올해 9월 계약이 끝나는 로그 위탁생산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그는 2014년 8월 첫 생산이 이뤄진 이후 4년여만에 누적생산 50만대를 돌파했다. 당초에는 연간 8만대 수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5년 11만7560대, 2016년 13만6309대, 2017년에는 12만3202대가 생산돼 북미 지역으로 수출됐다. 지난해에는 10만7245대를 수출했다. 이는 회사 수출의 78%, 전체 판매량의 47%를 차지한다.
신차 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가동률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고용이 보장될 수 없으며,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입장에서 더 이상 부산공장을 주요 거점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노조도 달라져야 한다. 노조 집행부가 막판에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절, 전환 배치 등 인사경영권의 합의 전환을 요청한 것은 무리수다. 인사권을 노조와 같이 공유하자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2012년부터 2년간 임직원 수를 20% 줄이는 리바이벌 플랜(회생계획)이 실시된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힘겹게 정상화에 이른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해 다시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 고통을 나눠야 한다. 힘든 시기를 견뎌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노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공멸이 아닌 공생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늦지 않아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