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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IBK기업은행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대신 학계와 금융권 출신 후보 2명을 따로 추천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1일 이사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외이사 후보로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초대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이 두 후보는 이미 은행장 제청까지 마쳐 금융위의 최종 임명만 남은 상황이다.
신충식 사외이사 후보는 1955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농협에 입사해 금융총괄팀 과장과 금융기획실 부부장, 리스크 관리실 부부장, 신용담당 집행간부 등을 거쳐 2011년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직에 올랐다. 이후 농협금융지주 초대회장과 농협은행장을 거쳐 NH투자증권 고문을 맡았다.
김세직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서 박사를 마친 뒤 서울대 경제연구소 겸무연구원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자출신의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금융권과 노동계에 불고 있는 노동이사제 열풍을 감안해 사외이사 후보 물색에 신중을 기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노동이사제를 의식해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심사숙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 경험을 두루 갖추고 경제전반에 능통한 전문가를 내세웠기 때문에 무리 없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외이사 선정 절차도 꼼꼼히 지켰다. 기존에는 운영위의 사외이사 추천시 서면으로 갈음해 행장이 제청해왔지만 이번에는 운영위를 열고 정식 절차를 밟았다.
두 후보 모두 금융위에서 임명할 경우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3인에서 4인 체제로 부활하게 된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3명으로 이 가운데 이용근 사외이사만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사측이 추천한 두 후보만 사외이사 물망에 오르면서 노조가 추진한 노동이사제는 물거품이 됐다.
노조가 국회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금융위의 반대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노조는 이용근 사외이사 후임으로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추천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그러나 금융위가 두 후보를 임면할 경우 기업은행 노조는 정관을 변경해 노동이사제 도입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