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기관투자자, 단기성과에만 집중… 지속가능성장 ‘불가능’국민연금 기금운용위 4분의 1 현직 장·차관 ‘정부 간섭’
-
국회가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도를 넘는 경영권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기업의 투명·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21일 국회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상대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했다. 이 중 홍 부총리에게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부총리에게 “재계는 정부의 여러 정책 중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를 우려하고 있다”며 “국민의 노후생활을 관리해야하는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가 선을 넘어 기업 경영권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질문했다.홍 부총리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기업가치 제고 등 두가지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그의 주장과 달리 경제현장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조직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는 단기성과에 따른 고배당을 원한다. 이로 인해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신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진다.또 경영권 위협도 있다. 장기투자 미실시로 향후 이익이 줄어들면 배당금이 줄면서 연기금 등이 기업 오너에 책임을 묻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대한한공 전직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스튜어드십으로 외부 세력이 경영에 간섭하면 기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금융자본이 나서면 국가 항공산업 자체가 저해될 것이란 의견이다.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영회가 사실상 정부 소속이어서, 스튜어드십 코드로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20명 중 5명은 현직 장·차관이다.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위원장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당연직으로 참가한다.한경연은 “국민연금은 이달 주주총회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에 따라 기업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한다면 정부 간섭 논란이 크게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스튜어드십 코드 외에도 이날 대정부질의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규제 강화 등을 꼬집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계의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평가했다.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에게 기업이 국내가 아닌 대규모 해외투자를 진행하는 이유를 물었다. 홍 부총리는 규제 때문에 기업이 외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과도한 압박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