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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 철회를 두고 무역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등 경제력 중심의 패권싸움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시진핑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 양적인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즉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국 위안화 위상이 커지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9일 “중국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5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조건은 ▲거대한 실물경제권 형성 ▲금융시장이 완전히 투명하게 개방된 국제금융센터 구축 ▲양질의 금융투자 상품의 충분한 공급 ▲외환시장 자유화 ▲최상위의 국가 신용도다.
위안화는 지난 2016년 5대 기축통화의 하나로 포함, 형식적으로는 이미 기축통화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리가 멀다.
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SWIFT)의 자국 내‧국제간 거래를 포함한 대내외 거래의 금융결제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미국 달러화가 39.85%로 비중이 가장 높고, 유로화가 35.66%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이어 영국 파운드화는 7.07%, 엔화는 2.96%, 중국 위안화는 1.61%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제금융결제 청산시스템을 경유하지 않은 위안화의 통화별 거래를 보면, 위안화-달러 거래가 거래액 면에서는 97.06%, 거래량 면에서는 84.14%로 압도적이다. 위안화의 국제금융결제 비중은 낮지만 국제화가 진전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전제조건 중 하나인 거대한 실물경제권 형성은 압도적으로 실물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달러에 이어 중국 역시 실물경제 규모를 갖췄다는 점에서 조건을 충족했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이 완전히 투명하게 개방된 국제금융센터(금융중개 기능)의 구축이다.
미국(뉴욕)과 영국(런던), 일본(동경)은 국제금융센터가 연계돼 세계 금융시장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중국도 홍콩이 있지만 상하이는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
김광수 소장은 “상하이가 국제금융센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뉴욕이나 런던 수준의 투명한 개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 상품의 충분한 공급도 조건중 하나다. 중국은 금융시장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개방한 상태가 아니라 중국의 국채나 주식, 대출 등 금융상품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대로 사기 힘들다.
김 소장은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기축통화 진전을 위해 국채 발행을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며 “국채 발행은 재정정책에 따라 발행할 수밖에 없고, 국채 발행이 증가할수록 중국 정부의 채무부담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에 있어 취약점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축통화로서 역할 수행을 위한 외환시장의 자유화도 전제 조건이다. 자국 정부가 자국의 수출 증대 등을 목적으로 인위적인 시장개입 등을 통해 환율을 조작하거나 유도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환율감시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중국 정부의 환율조작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견제하고 있다.
김 소장은 “화폐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최상위 국가 신용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위안화가 실질적으로 세계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