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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을 놓고 갈등 양상을 보이는 르노삼성이 부산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며,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분파업으로 사측에 반발하고 있는 노조는 이번 셧다운에도 '양보할 수 없다'란 입장을 고수하며, 전면파업까지 불사하겠단 방침이다.
노사 양측이 전환배치 합의권을 두고 한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어, 교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지난 10일에 이어 오늘 주간, 야간에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어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길어지는 교섭에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은 이달 29~30일, 5월 2~3일 4일간 프리미엄 휴가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내달 1일 근로자의 날까지 포함하면, 부산공장이 문을 닫는 기간은 총 5일이다.
프리미엄 휴가는 르노삼성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가제도다. 법정 연차휴가(15~25일)와 별개로 연차에 따라 7~12일씩 지급한다. 이중 최대 6일은 휴가기간을 회사가 지정할 수 있다.
이 결정은 위탁생산하는 닛산 로그의 물량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물량 감소의 배경에는 노사 주장이 엇갈렸다.
우선 사측은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 탓에 닛산이 올해 위탁 물량을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였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닛산이 생산 차질을 우려해 물량을 들고갔다는 설명이다.
실제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총 53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12일 예정된 파업까지 포함하면 54차례, 218시간에 달한다.
반면 노조는 자연 감소분에 따른 결과라 반박했다. 그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로그는 연간 8만대 계약을 했음에도 그 이상을 꾸준히 생산해 왔다. 로그의 인기가 북미에서 기대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델이 5년차에 접어들며 노후화되기 시작했고, 북미에서도 인기가 한풀 꺾였다. 그 결과 자연스레 판매 물량이 감소했고, 가동률 하락을 우려한 닛산이 일본 규수로 부산공장 물량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닛산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주문을 취소한 4만여대의 로그 물량 중 2만4000대를 일본 규슈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했다.
노조는 일방적인 사측의 프리미엄 휴가 시행에 따르겠다면서도, 파업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 예고했다. 오늘 당장 쟁위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차주 파업규모를 결정하겠단 방침이다.
주재정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이 고유 권한으로 공장을 멈출 수 있는 기간은 프리미엄 휴가 단 6일 뿐이다"며 "프리미엄 휴가를 다 써도 회사는 가동을 멈출 수 있다 하는데 이건 협의가 아닌 합의가 돼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진행할 지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부분파업이 끝난 후 쟁대위를 열어 파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며 "지도부가 파업 수위를 높이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은 이기인 부사장이 지난주 교섭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아직 차주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교섭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쉽사리 결론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양측이 현재 갈등을 보이는 대목은 전환배치 합의권이다. 현재 전환배치 시 노조 협의로 돼 있는 안건을 합의로 바꾸자는게 노조의 요구다. 르노삼성은 기본적으로 인사·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협의를 합의로 바꾸는 대신, 전환배치가 이뤄지는 과정을 담은 '프로세스'를 노조에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절차 상에 노조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조항을 프로세스에 넣자고 요구했다.
사측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자 노조는 단협에 '합의가 아닌 프로세스에 따른다'란 문구를 넣자고 했지만 이마저도 사측에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이 역시 합의와 별다를게 없다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단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이번 사태는 장기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조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자칫 부산공장 생산물량이 없어질 수 있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재정 수석부위원장은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 이후 지속적인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지난해도 그랬고 그전에도 마찬가지로 물량을 볼모로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기본급도 동결하며 아무것도 이뤄낸 것도 없는 마당에 고용 보장만큼은 가지고 가겠다. 이마저도 포함 안된 잠정합의는 투표를 진행한다 한들 부결될게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