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시범사업 목표치 모두 미달"친환경 인증 일반 제품 병행 필요"
  • ▲ 서울시 친환경 보일러 보급사업 홍보물 ⓒ 뉴데일리 DB
    ▲ 서울시 친환경 보일러 보급사업 홍보물 ⓒ 뉴데일리 DB

    #지난해 콘덴싱 보일러를 구입한 60대 A 씨는 올겨울이 벌써 걱정이다. 지자체 지원금과 기존 제품 대비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다는 장점에 콘덴싱 보일러를 구입했지만, 오래된 건물에 살고 있어 응축수 배출구를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시공업자의 말과 달리, 다섯 시간마다 한 번씩 물받이에 모이는 응축수를 직접 비워야 해 겨우내 불편이 상당했다.


    내년 3월부터는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은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된다. 관련 법안은 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새 법안에 따라 앞으로는 노후 보일러 교체 시 기준을 충족한 친환경 제품만을 설치해야 한다.

    친환경 보일러는 콘덴싱 방식으로 구동하는 제품을 뜻한다. 콘덴싱 제품은 연료 연소 후 방출되는 배기가스를 재사용한다는 점에서, 가스보일러 대비 친환경적이고 열효율이 높다. 다만 폐가스가 열교환기를 거치며 발생하는 응축수 때문에 별도의 배수구 설치가 필요하다.

    새 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콘덴싱 제품의 경우 별도 배수구 설치가 필요해 오래된 건물엔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수구 없이 제품을 설치할 경우, 제품 아래 물받이를 두고 시간마다 응축수를 직접 비워야 하는 불편도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안 통과 후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서 콘덴싱 의무화 사업을 준비 중이지만, 설치환경 제약 등에 대한 보완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콘덴싱 설치 의무화 사업 취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콘덴싱 설치가 어려운 가정에 한해 일반 보일러 중 환경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유연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책 시행은 콘덴싱 설치 의무화라는 작은 틀이 아닌, 오염물질 배출 절감이라는 근본적인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한 콘덴싱 보일러 보급사업은 모두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노후 건물 등 설치환경 제약에 부딪혀서다.

    2만대를 목표로 했던 서울시는 약 1만 7천대를 보급했다. 7천대를 목표로했던 경기도는 약 5900대, 2300대를 목표로 했던 인천시는 1900대를 보급하는 데 그쳤다. 관련 업계는 내년 의무화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된 보급사업은 지역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을 배정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무화 사업에 앞서 정부와 각 지자체는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