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D,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제휴 확대 잇따라TV, 스마트폰 시장 정체… '성장동력원' 자리 잡아자율주행 상용화 기반 패널 수요 및 사이즈 확장 전망도
  • ▲ 삼성디스플레이의 12.3인치 차량용OLED 클러스터와 4.94인치 투명 OLED HUD. ⓒ연합뉴스
    ▲ 삼성디스플레이의 12.3인치 차량용OLED 클러스터와 4.94인치 투명 OLED HUD. ⓒ연합뉴스
    스마트폰과 TV 시장의 성숙기 진입으로 부진에 빠진 패널업체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최근 개막한 '2019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 참가해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인 베이징 일렉트릭 비히클(BJEV), 중국 자동차 업체인 창정자동차(GWM)와 리딩 아이디얼, 독일 BMW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하만은 비히클에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의 디지털 멀티디스플레이를 통칭하는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는 디지털 콕핏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 IT분야 사업경험 등이 하만의 자동차분야 역량과 시너지를 낸 성공적 협업사례로 꼽힌다.

    창정자동차에는 차량용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등을 공급하는 등 지속적인 제휴를 체결했으며 리딩 아이디얼은 하만의 자동차용 이더넷과 HMI 소프트웨어 디자인 솔루션을 채택했다.

    하만과 40년가량 거래를 이어온 BMW에는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모듈을 공급한다. 마이크 피터스 하만 커넥티드카 부문 사장은 "BMW와 함께 인포테인먼트의 첨단을 달리며 다음 세대의 자동차의 역사를 꾸준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만의 전장부품 수주 확대에 따라 스마트폰시장 침체기와 TV용 LCD 패널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에 불과한 2조522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도 6000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LCD 패널의 비수기 속 중국 패널업체의 케파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예상보다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전장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5G 상용화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자동차용 인터넷과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도 더욱 빨라질 전망인 만큼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수요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차량 탑재 인터페이스 역시 출력도 좋고 사용시간이 길며 고주파수와 넓은 적용 범위가 요구되는 추세다.

    IHS마킷 조사 결과 전체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 차량용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9%에서 지난해 6.7%로, 1.8%p 성장했으며 2023년에는 8.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차량용 패널의 시장 규모도 2015년 56억달러에서 2023년 두 배가량 증가한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다임러 벤츠, BMW, 현대기아차, 토요타, 혼다, 테슬라, GM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전장업체 등에 패널을 공급하면서 고객들과 탄탄한 전략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와 IT의 융합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 분야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해왔다. 그 결과 2005년 정보안내디스플레이(CID)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한 이후 14년 만에 누적 판매 1억대를 달성했다.

    대형화되고 있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트렌드에 맞춰 부가가치가 높은 5인치 이상 대면적 사이즈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IHS마킷 조사 결과 LG디스플레이는 5인치 이상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17년 1분기부터 8분기 연속 수량, 매출, 면적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 ▲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정보통신 안전규격 외에 자동차 내장제에 대한 난연규격을 포함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난연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EU 독일규격기관인 TUV SUD로부터 국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OLED 조명에 대한 안전규격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험소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으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난연인증 시험에 대해서도 시험소 인증을 획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21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2조원을 목표로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반의 고해상도 LCD와 화질 및 디자인 자유도가 강점인 P-OLED 제품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P-OLED는 기존 OLED의 장점인 무한대 명암비와 넓은 시야각 및 풍부하고 정확한 색 표현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곡면 구현이 가능해 자동차에 가장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차량 인테리어 고급화 추세에 맞춰 곡선형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P-OLED를 생산하고 있는 구미 E5 라인에서 상반기 내 차량용 P-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신정식 LG디스플레이 오토사업담당 전무는 "차량 내 다양한 공간이 디스플레이로 대체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디스플레이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량용 롤러블, 투명 디스플레이 등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LCD 패널가격 하락의 주범인 중국 업체들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영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호존(Hozon)은 최근 상하이 오토쇼에서 양산형 차종인 'Hozon U'를 선보이고 판매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운전석 양쪽 차대 프레임이 가리는 시야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한 양산형 차종으로, 비전옥스(Visionox)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중국산 플렉서블 AM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중국 국내 제조 AMOLED 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양산용 자동차에 응용된 사례로, 자동차용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기존의 개념적 적용 성격에서 벗어나 정식 상용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음을 의미하는 셈이다.

    비전옥스는 지난해 5월 호존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협약을 맺고 스마트 운전석 구축을 위한 투명 자동차 프레임용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 협력 사업을 진행했으며 1년만에 양산형 자동차 탑재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

    플렉서블 AMOLED 디스플레이는 쉽게 휘어지고 사용가능 온도 폭이 넓은 데다 대비도가 높으며 낮은 전기 소모율과 경량성 등이 특징이다. 차세대 자동차용 스마트 운전석 및 자율주행 기술 발전추세에 부합하는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된다.

    비전옥스는 플렉서블 AMOLED 디스플레이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왔으며 고객사 및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경쟁력을 갖는 플렉서블 차량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TV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된 상황인 만큼 향후 성장동력원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상용화 등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갯수는 물론 크기도 점차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