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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보젠코리아가 자진 상폐 신청을 하면서 외국계 제약사 '먹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알보젠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알보젠코리아는 지난 2월15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알보젠코리아홀딩스와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서 체결을 승인했다. 이 계약에 따라 지난달 24일 0시 기준으로 알보젠코리아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1185만 7922주)를 최대주주인 알보젠코리아홀딩스가 보유하게 됐다. 알보젠코리아가 지주사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알보젠코리아는 지난 2017년부터 2회의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92.2%를 확보하는 등 상폐를 준비해왔다.
알보젠코리아는 해당 공개매수의 영향으로 주식분산 요건인 일반주주 지분율 10%에 미달하게 됐다. 이로 인해 알보젠코리아는 지난해 4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9일까지 이의신청기간을 부여했으나, 알보젠코리아는 별도의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상폐 기준에 들어가게 됐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 측이 인위적으로 주식분산 미달 사유를 만들어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알보젠코리아가 외국계에 인수된 2012년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상폐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주들의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은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프레제니우스케디칼케어의 배당성향은 116.3%, 바이엘코리아 93.3%, 젠자임코리아 75.6%,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75.1%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상장 제약사의 배당성향이 20% 내외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투자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의 고배당 성향은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대부분 본사가 있는 해외로 배당금을 보내기 때문이다.
반면, 알보젠코리아는 2012년 외국계에 인수된 이후 배당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상폐를 시도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배당을 안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알보젠코리아가 배당으로 줘야 할 이익잉여금으로 상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알보젠코리아의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765억 9494만원에 달한다.
한 소액주주는 "외국계 기업의 자진상폐 후 고액배당으로 국부유출이 될 수 있다"며 "거래소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상폐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뒤늦게 자진 상폐 요건을 다듬기로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자진 상폐 시 기준이 되는 최대주주의 최소 지분율에서 자사주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알보젠코리아는 이미 지난달 25일에 상폐를 신청했기 때문에 이번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도 주주들이 제기한 의혹이 '합리적 의심'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알보젠코리아에 정상적인 사업 의지가 없어보였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이 적극적으로 R&D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데 반해 알보젠코리아는 R&D 투자에 소극적이다. 알보젠코리아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16년 6%, 2017년 4.2%, 지난해 3.6%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예전부터 알보젠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히 있었다"며 "알보젠코리아 같은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매번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