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용 이유 "들어본 적 없어" 응답 압도적은행 디지털화에 금융절벽·소외 현상 심화고령층 비대면 이용 비중도 '12.9%'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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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은 집 근처 상가에 있는 곳으로만 가봤지, 모바일뱅킹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어려운데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마주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국내 고령 인구 비율은 1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낮으나, 2065년에는 46.1%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도 현재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디지털화'된 금융서비스는 간편함에 초점이 맞춰져 특정 계층의 소외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60~70대 고령자들에게 모바일뱅킹은 처음 접하는 생소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들어본 적 없다'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들어본 적 없다' 응답에서 60대 비중은 24.4%, 70대 이상 비중은 58.8%로 매우 높았다. 

    이외에도 '불편한 가입 및 이용 절차', '복잡한 금융상품 설명', '해킹·분실·도난 가능성'의 이유도 존재했다. 

    고령층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접근성도 현저히 낮았다. 60대 이용 비중은 18.7%, 70대 이상은 6.3%에 불과했다. 

    이는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50대 비중(51.0%)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고, 30대 이용 비중이 87.2%로 가장 높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 지급서비스인 간편결제, 간편송금, 휴대폰 소액결제, 앱카드 등 모든 금융서비스에서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미이용 사유가 '들어보지 못했다' 응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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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

    이에 은행들은 노년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가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나 전용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고려한 큰 글씨 보기나 단순 화면 구성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고령자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들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의 이용 편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장애인에게도 큰 장벽이다"라며 "청년층과 중·장년층 중심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안착하고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이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고령화가 진전된 해외 국가 은행들의 대응 사례를 참고해 미래에 예상되는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해외 은행들은 고령자에 대한 경제적 학대 방지를 위해 관련 법으로써 은행 권한을 강화하고 있으며, 은행 또한 감시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직원 교육 등 자체 노력으로 고령자 자산 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해 설비 변경 및 보조원을 배치하거나, 지점이 없는 지역에 이동식 점포를 운영해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고령 고객의 물리적 편의성과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또 해외 은행들은 고령 고객의 경제활동 감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대응해 공동 점포를 운영하거나 이들을 겨냥한 신탁상품 등을 출시해 수익성 증진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