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 주민설명회, 주민 반발로 무산인천 가정2, 광명 하안2 등 공공택지지구 '표류'2020년 입주자 모집계획, 주민반발 수정 불가피
  • ▲ 인천계양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 개최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천계양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 개최에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설명회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연내 지구지정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 이후 수도권에서만 계획된 20여곳의 택지지구 가운데 난항을 겪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주택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교통부는 전날 인천 계양구청에서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30여명이 대강당 입구를 막아 결국 무산됐다. 지난달 과천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데 이어 당초 일정보다 2주 미뤄진 이번 설명회도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남양주시 왕숙지구, 하남시 교산지구,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과천시 등을 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4개 지역민들이 모여 1월13일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지금까지 두 번 시위에 나섰고, 국토부와는 세 번의 면담을 가졌다.

    연합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대강당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설명회 대상인 계양 주민을 비롯해 왕숙지구 및 교산지구 주민 1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설명회 예정 시간이 다가오자 대책위는 대강당 입구를 봉쇄하고 국토부와 LH 직원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출입도 막았다.

    대책위 측은 LH에서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허술하고 대다수 수용예정지가 보존이 필요한 환경1·2등급 그린벨트임에도 법이 아닌 지침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절차를 무시한 채 개발을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홍의준 대책위 사무국장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평가서 초안을 검토해보니 교통, 인구 등 평가항목의 대부분이 엉터리이고 측정시기, 측정방법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LH 측은 설명회를 통해 대책위의 입장을 듣고, 또 정부의 입장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오후 2시5분께 파행됐다.

    당현증 인천계양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 반발이 심한 만큼 이번 설명회는 무산시키는 것으로 하고, 이번 주 3기 신도시에서 진행되는 주민설명회가 모두 끝나면 국토부와 한 차례 면담을 갖고 향후 일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성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도권 공공택지 후보지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성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단 계양뿐만 아니라 기존 공공주택지구에서도 주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 서구 가정2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표류 중이다. 이곳은 국토부가 지난해 7월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으로 공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다. 국토부는 서구 가정동, 심곡동, 연희동 일대 26만여㎡에 2022년까지 공공주택 2509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지구 지정을 마쳤으나, 아직 토지보상 계획공고도 내지 못했다.

    이 사업이 답보 상태인 까닭도 주민 반대 때문이다. LH는 지나해 10월 토지출입 계획공고 이후 토지보상 선행 절차인 지장물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대책위원회는 토지보상가격 인상과 대토보상 위치를 변경해달라며 LH의 지장물 조사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토보상은 토지 소유자가 원할 경우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받는 제도다. LH는 대책위와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른 시일 내 지장물 조사를 마치고 7월 보상계획을 공고할 계획이다.

    가정2지구 외에도 주민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는 곳은 또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가 대표적이다. 서현지구는 △가정2지구 △화성시 어천지구 △김포시 고촌2지구 △시흥시 거모지구와 함께 공공주택지구로 발표됐다. 이 중 서현지구가 지구 지정이 가장 늦었다.

    서현지구는 분당구 서현동 일대 24만여㎡에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한다. 서현지구는 지난 3일에서야 공공주택지구로 확정됐다. 지구 지정을 앞두고 서현동 주민 5000여명은 성남시와 국토부에 지정 철회를 요구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부가 지난해 9월 수도권 주택공급을 밝히면서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는 아직 확정고시도 못했다.

    당시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중 하나인 광명시 하안2지구는 지역민은 물론, 박승원 광명시장도 지구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하안2지구는 광명시 하안동 일원 59만여㎡에 54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당시 함께 발표했던 ▲의왕시 청계2지구 ▲성남 신천지구 ▲시흥 하중지구 ▲의정부시 우정지구 중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지구지정 전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남시 낙생지구도 지난 3일 주민들의 반대로 설명회가 무산돼 국토부가 생략 공고를 냈다. 4월을 목표로 지구지정을 추진했던 우정지구도 주민 반대로 환경영향평가가 늦어져 7월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밖에 부천역곡·안양내곡 등은 4분기, 성남신촌·시흥하중은 7월을 목표로 주민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 ▲ 자료사진. '꿈의 숲 아이파크'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꿈의 숲 아이파크'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부동산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는 물론, 중소규모 공공주택지구 추진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밝힌 주거복지 로드맵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가 2017년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부터 현재 3기 신도시까지 밝힌 주택공급 규모는 모두 36만여가구다.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규 공공주택지구 상당수가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첫 삽을 언제 뜰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주민들을 달래가면서 정책을 진행해야지, 무작정 추진하는 주택 정책은 파열만 낳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주민 민원으로 실무 진행이 쉽지 않다"며 "규모가 큰 3기 신도시와 일부 지구는 반대 여론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토부 계획대로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는 16일과 17일로 예정된 왕숙지구, 교산지구에 대한 주민설명회도 저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