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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가 조업정지라는 유례없는 행정처분 위기에 직면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어 업계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는 철강업계 최대 행사인 '제 20회 철의 날'이 열렸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간이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환경문제와 안전사고를 강조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철강업계가 환경과 안전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으로 들렸다.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철의 날 행사에는 산업부 장관이 참석해왔다. 하지만 이날 성윤모 장관은 국무회의와 스타트업 브랜치 행사 등의 일정으로 불참했다.
대신 정승일 차관이 참석했지만, 정 차관은 행시시작 직전에 도착해 5분 정도 철강업계 CEO들과 인사를 나눈게 전부였다. 행사 시작과 함께 시상식을 짧게 진행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러면서 정 차관은 “산업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산업부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가 철강산업에 대해 얼마나 소홀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업계의 어려움을 대변해줘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며 “경제적인 손실 이외에도 국민들이 철강사들을 오염물질 배출하는 나쁜 기업으로 인식할까봐 걱정된다”라고 한탄했다.
철강산업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중요한 성장축으로,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철강 생산을 통해 다방면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자칫 이번 일로 철강업계가 회복하지 못할 직격탄을 맞는다면, 그 책임은 탁상행정을 펼친 지자체와 그것을 방관한 산업부에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가 있는 충청남도로부터 제2고로에 대한 10일간 조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확정 받았다. 의견서 제출과 청문회 등 소명절차를 통해 적극 해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불가피하게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의 날 행사는 밝지 못했다.
특히 철강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최 회장은 “철강협회를 통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이미 행정처분이 확정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내에는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 등 총 12기의 고로가 있다. 고로(용광로)는 1년 365일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철광석, 석탄 등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철강사들은 1~2개월에 한번씩 휴풍(일시 가동중단)을 통해 고로 내부를 정비·보수한다.
이 과정에서 수증기를 고로 내부에 주입하는데, 내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 브리더를 개방해 압력을 조절한다. 이는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절차로, 세계 모든 철강사들이 똑같은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당국이 조업정지를 내린 이유는 제철소가 휴풍·재송풍 과정에서 브리더를 통해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고로는 한번 불을 붙이면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가동을 이어간다. 고로가 4~5일 이상 멈추면 쇳물이 굳어져 복구작업에만 3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재가동 및 정상가동까지는 최소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는 현대제철의 경우 조업정지 이후 3개월만에 재가동을 하더라도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