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했다" 안내문 허위기재… "관리비 제멋대로 책정"용평콘도 연이용료 1실당 714만9473원… "감사는 NO" 15‧17년 두 차례 임의 공사… "1억1990만원 회원전가" 문체부 "협의해야"vs평창군 "규정없어" 엇갈린 유권해석
  • ▲ ㈜용평리조트가 용평콘도 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 ㈜용평리조트가 용평콘도 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매출액 1813억8900만원‧영업이익 245억6300만원‧당기순이익 101억8600만원….
    지난해 ㈜용평리조트 매출성과다. 용평리조트는 명실상부 국내 '최초‧최대‧최고' 복합레저타운이다.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은 회원권 하나쯤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곳은 '꿈의 휴양지'로 불린다. 하지만 이면에 비친 민낯은 그리 화려하지만 않다. 용평콘도 회원들과 관리비‧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 간 유권해석 견해차가 뚜렷한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편집자 주]  

    ㈜용평리조트와 용평콘도 회원들이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3호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수년째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원 권익을 배제한 ㈜용평리조트의 '마이웨이'식 운영방식이 갈등의 핵심이다.

    다수 회원들에 따르면 ㈜용평리조트는 2015년(5100만원)과 2017년(6890만원) 두 차례에 걸쳐 운영위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 총 1억1990만원을 회원들에게 부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1. 안내문 허위기재, '회계감사 vs 배관교체'

    불화의 발단은 2015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통의 안내문이 계기가 됐다. 그해 6월 ㈜용평리조트 측은 콘도회원들에게 "위생(급탕) 배관에 부식이 생겨 누수가 예상된다"며 "지난 5월 개최된 임시 운영위원회에서 부식된 부분만 교체하는 건에 대해 재차 보고한 후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총 공사비는 5100만원으로 추후 세대별로 나눠 연간이용료에 부과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용평리조트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간 견해차를 보인 부분은 안내문에서 밝힌 '협의여부'다. ㈜용평리조트는 "운영위 보고 후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운영위는 "협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일단 물증만 봐선 운영위 쪽 주장에 힘이 실린다. ㈜용평리조트 분양회원팀 엄○○ 부장이 운영위 소속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간추리면 "5월27일 오후4시 용평리조트 마포사무실에서 '용평콘도 회원정보제공 및 연간관리비 회계감사'를 안건으로 회의를 개최하고자 한다"고 되어있다.

    즉, 안내문 발송 직전 운영회의를 진행하긴 했지만 당시 안건은 배관교체가 아닌 회계감사였다는 얘기다.

    운영위 소속 한 위원은 "리조트 측이 우리와 협의가 안 된 상태서 회원들에게 돌리는 안내문에는 '운영위에 보고했다'거나 '협의 후 청구했다'고 속이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조트 측에 협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증명을 보냈더니 2017년도부턴 우릴 아예 유령 취급했다"고 분개했다.

  • ▲ 평창군 권유에도 불구하고 ㈜용평리조트 회원명부를 공개하지 않자, 운영위원회에서 직접 플랜카드를 걸고 회원들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 평창군 권유에도 불구하고 ㈜용평리조트 회원명부를 공개하지 않자, 운영위원회에서 직접 플랜카드를 걸고 회원들 단합을 도모하고 있다.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위원은 "운영위원 총 다섯 명 중 그때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나와 박모 위원 고작 두 명이었다. 위 안건이 상정됐더라도 (비출석 위원 세명이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아)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만약 운영위와 다수 회원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용평리조트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3호 나 목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3호 가‧나‧다 목에 따르면 시설은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 외 비용을 회원들에 징수하지 않아야 하며 △비용징수 사항을 변경할 경우 공유자‧회원 대표기구와 협의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징수금 사용명세를 매년 공유자‧회원 대표기구에 알리도록 되어 있다.

    논란2. ‘회원명부 공개’ 놓고 오락가락… 숨겨진 명부

    한번 어긋난 관계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운영위 결원인원 모집을 두고도 시종일관 부딪혔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6항 '공유자‧회원의 대표기구 구성 및 운영수칙'에 따르면 대표기구는 회원 20명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운영위 측이 ㈜용평리조트에 '회원명부'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용평리조트는 '개인정보유출'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했다. 결국 운영위와 몇몇 회원들은 평창군에 '용평콘도 회원명부 공개요청' 민원을 넣었고, 평창군은 운영위 손을 들어줬다.

    평창군은 공문을 통해 "귀사(㈜용평리조트)는 신○○님 정보공개요청 취지를 생각해 용평콘도 회원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3항에 의거 개인정보제공에 동의를 구하고, 동의한 회원에 한해 신○○님께 통보해 주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수신인은 정창주 ㈜용평리조트 대표이사였다. 

    관할 행정기관의 권유에도 ㈜용평리조트 입장은 단호했다. 회원명부 공개를 꺼렸다.

    이를 두고 운영위 소속 한 위원은 "(리조트 측이) 운영위를 주축으로 회원들끼리 똘똘 뭉치는 것을 극도로 민감해 했다"며 "회원 간 소통을 금지시켜 불편, 불만사항을 애초에 단절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평창군은 "㈜용평리조트에 기본적인 회원명부를 대표기구에 공개하라고 명령할 수 없으며, 조치요구를 통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도 이행을 강요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평창군 입장이 뒤바뀐 이유에 대해 문화관광과는 "민원인 정보공개 취지를 생각해 정보공개 주체인 관리회사 ㈜용평리조트 측에 권고한 사항이지 법 규정에 따른 이후 답변 내용과는 별개"라고 답했다.

    논란3. 불투명한 관리비… "연이용료 일방적 책정"

    ㈜용평리조트가 작성한 A4용지 6매 분량의 '연간이용료 징수(안)'을 살펴보면 ㈜용평리조트는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용평콘도 외부수선 공사를 진행했다. 기간은 7월21일부터 8월4일까지, 8월26일부터 9월15일까지로, △난간대 하부보완 △C동 굴뚝보수 △외부 계단천장 및 객실 베란다천장 도장 등 총 6890만원이 들었다.
     
    징수(안)에 따르면 ㈜용평리조트는 해당금액을 가구별(총 205실)로 나눠 연간이용료에 포함, 청구할 예정이었다.

    이 또한 ㈜용평리조트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는 게 운영위 측 주장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용평리조트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3호 가‧나 목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셈이다. 

    운영위 소속 한 위원은 "일 년 관리비만 14억~15억원 가량 한다"며 "감사를 하자고 해도 거부하고, 자료나 근거도 없이 10개 항목으로 뭉뚱그린 A4용지 한 장짜리 '용평콘도 비용 내역'만 갖고 와서 이 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 ▲ ㈜용평리조트 분양회원팀 엄모 부장이 용평콘도 운영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 ㈜용평리조트 분양회원팀 엄모 부장이 용평콘도 운영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기획취재팀= 박지영 기자

    ㈜용평리조트가 책정한 2017년 용평콘도 연간이용료는 총 14억6974만2000원으로, 모두 10개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용평콘도 객실이 205실인 점을 감안하면, 1실당 연 716만9473원씩 낸 셈이다.
     
    또 다른 회원은 "평창군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며 "관광진흥법 제35조 제1항 제9호와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33조 제1항에 준해 행정처분 하겠다더니 시정명령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평창군 문화관광과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규정과 기준에 의거해 여러가지 제반사항과 관련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처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4. 관리비 ‘명세’, 문체부vs평창군, 유권해석 '제각각'

    ㈜용평리조트와 운영위 간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는 부분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6조 제3호 다 목 '사용명세'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명세(明細)란 '분명하고 자세함, 물품이나 금액 따위의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이다.

    운영위 측과 다수 회원들은 사용명세를 단어 뜻 그대로 해석했고, ㈜용평리조트는 매년 '연간이용료 징수(안)'을 배포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군 간 입장도 갈렸다. 문체부는 운영위 편에 선 반면, 평창군은 ㈜용평리조트와 입장을 같이 했다.

    운영위 협의 없이 관리비를 책정하고 사용명세도 A4용지 1매 분량으로 갈음한 것에 대해 평창군은 "규정상 대표기구와 협의에 대해서만 규정돼 있고, 대표기구 협의 기준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해당사업자가 관계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문체부 측은 "관할 등록기관에서 판단할 사항이지만 일반적으로 시설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 징수는 제26조 제6호 다목 '회원 권익에 관한 사항'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표기구와 협의하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즉, ㈜용평리조트가 임의로 책정했던 관리비에 문제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체부는 '협의'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제26조 제3호 나목에 따른 협의는 단순히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합의' 또는 '동의'의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며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관광진흥법 제35조 제1항 9호에 따라 관할등록기관장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용평리조트는 본지 질의서 발신에 사실상 답신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