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얼라이언스에 내년 4월부터 합류…가입기간은 2030년3월까지미주항로 집중하는 선사들 많은 만큼, 철저한 준비작업 선행돼야거대 선사들의 M&A 작업 지켜봐야…현실화되면 상당한 파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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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현대상선이 새 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에 합류하면서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 이에 따라 한국 해운업이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대상선이 새로 가입한 '디얼라이언스'에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디얼라이언스 합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거대 선사들의 인수·합병(M&A) 작업이 현실화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에 내년 4월부터 합류한다. 가입기간은 2030년 3월까지다.

    디얼라이언스는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원, 대만의 양밍해운이 주도하는 해운동맹체로 선복량은 51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다.

    우선 업계는 현대상선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선택을 했다는 반응이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2M의 정식 회원사가 아닌 탓에 미주와 유럽 항로에서 제한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2M이 현대상선을 정식 회원사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그렇다고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업계서 동맹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해운동맹이 필요한 현대상선과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디얼라이언스와의 이해관계까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가입은 현대상선 입장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현대상선은 새 동맹을 찾아야 하고, 규모가 작은 디얼라이언스는 경쟁력 강화가 우선과제였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에는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의 선제적인 결단력도 작용했다. 당초 올 하반기경 해운동맹에 대한 큰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빠르게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것은 배 사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배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해외 현장을 누비며 글로벌 선사들과의 접촉을 늘려왔다. 첫 해외출장 당시 유럽 영국 런던에 위치한 현대상선 구주본부를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과도 면담했다. 이후 덴마크와 스위스를 차례로 방문해 선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의 2M 정회원 가입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2M의 회원사인 머스크와 MSC가 덴마크와 스위스의 국적선사라 해당 내용이 논의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와서다. 하지만 결국 현대상선이 택한 건 디얼라이언스였다.

    배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대 해운동맹체와 협상을 한 결과 가장 조건이 좋은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로 했다"며 "2020년 3월 2M과 협력이 종료된 이후 디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사로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해운동맹을 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디얼라이언스는 북미 노선 점유율이 높은 해운동맹체다. 미주항로와 유럽항로만 놓고 보면 디 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이 오히려 2M보다 높다. 이 지역의 점유율은 2M이 27%, 디 얼라이언스가 28%다.

    업계에서는 디얼라이언스가 북미 점유율이 높은 만큼, 현대상선과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얼라이언스에 아시아 선사가 많아 경쟁력 부분에서 겹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겹치는 노선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선사들과 현대상선이 모두 미주 항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 작업이 선행돼야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이 내년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받게 되면, 미주 항로 뿐만 아니라 다른 비주력 항로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는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M&A 관련 작업이 얼라이언스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여기에 대한 모니터링도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3위 프랑스 선사 CMA·CGM과 세계 5위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의 합병설이 제기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만의 양대 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해운의 M&A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두 곳 모두 실제로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성사된다면 글로벌 해운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문제는 하팍로이드와 양밍해운이 각각 흡수되면, 디얼라이언스에는 일본의 ONE만 남게 돼 해운동맹이 붕괴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합류로 이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낮아졌지만, 세계 해운동맹이 지난해부터 이합집산을 지속하고 있어 간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같은 소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화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코스코가 홍콩의 OOCL을 인수할 당시에도 처음 얘기가 나온 시기와 인수가 끝난 시기 사이에 1년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면서 "하팍로이드가 큰 어려움에 빠진 상황은 아니지만 한번 설이 나온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 (왼쪽부터) Bronson Hsieh 양밍 회장 겸 사장,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문성혁 해수부장관, Rolf Habben Jansen 하팍로이드 사장, Jeremy Nixon ONE 사장.ⓒ현대상선
    ▲ (왼쪽부터) Bronson Hsieh 양밍 회장 겸 사장,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문성혁 해수부장관, Rolf Habben Jansen 하팍로이드 사장, Jeremy Nixon ONE 사장.ⓒ현대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