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무원 "동향 파악 수준이라면"업계·시민 "초등생 소지품 검사도 못해"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
    국토교통부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산하 민간단체인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감평협)의 회원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의로 접속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사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민과 관의 반응이 대조적이다. 특히 관가 일각에선 '동향 파악'을 위해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돼 충격을 준다.

    2일 감정평가업계와 국토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적어도 2011년까지 업무상 필요하다며 받은 아이디(ID)로 감평협이 운영하는 회원전용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전산망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인트라넷이다. 협회의 공지글과 함께 공용게시판과 토론방 등이 개설돼 있어 회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국토부는 언제든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들이 올린 글을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최대 3~4개 접속 ID를 보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한 관계자는 "예전에 (국토부의) 접속 ID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업무와 관련해) ID를 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근래까지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뉴데일리경제가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현재 국토부 ID는 휴면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정평가업계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3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으면 휴면계정이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론상으로는 지난 3월까지도 국토부 ID가 활성화돼 있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 ▲ 회원 전용 사이트 로그인 화면.ⓒ한국감정평가사협회 누리집
    ▲ 회원 전용 사이트 로그인 화면.ⓒ한국감정평가사협회 누리집
    국토부의 민간단체 사찰 의혹과 관련해 민과 관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토부 법률자문단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토부가 민간단체의 회원전용 사이트에 임의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며 "가령 법무부가 변호사협회 회원전용 공간에 들어왔다면 변호사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게시글 열람을 넘어 익명으로 글쓰기까지 이뤄졌다면 정부 정책 방향이나 입맛에 맞게 여론을 몰아가는 일도 벌어졌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세종 관가 일각에선 동향 파악 수준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와 충격을 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세종청사 간부공무원은 "(국토부가) 업무와 관련해서 (산하단체의) 동향을 파악한 수준이 아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부처에서) 산하단체의 전산망 구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접속 ID를 받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의 감평협 온라인 사찰 의혹과 같은 일이 다른 부처에서도 동향 파악이라는 핑계로 암암리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감정평가사는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잘못된 적폐를 대하는 공무원의 마인드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천안에 사는 공인노무사 권 모 씨는 "요즘이 어느 세상인가. 인권 침해 문제로 초등학교에서 학생 소지품이나 일기장 검사도 못 하지 않느냐"면서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만약 고용노동부가 노무사협회의 회원 게시글을 몰래 봐왔다고 가정하면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