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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경제전쟁의 불똥이 철강업계로 튀는 것일까. 최근 세관 당국이 일본산 철스크랩에 대한 검수조치를 강화하면서, 철스크랩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국내 제강사들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불안감이 확산하자 산업부는 정부 차원의 수입 규제 조치는 없다며 제강사들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철강협회 대회의실에서 일본산 철스크랩 검수 강화 현황과 영향을 파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 철강세라믹과 최진혁 과장, 철강협회 이민철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 국내 7개 제강사 원료 구매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국내 제강사들은 일본산 철스크랩의 방사능 검사 강화 조치에 대한 불편함을 적극 호소했다. 특히 일본산 수입이 막힐 경우, 국내 가격 상승을 불러오며 대체하기 어렵단 점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수입 규제는 없다며 유관 기관과 협의해 제강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검수 강화에 여러 말들이 오가니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산업부가 정부 차원의 수입 규제는 없다 명확히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고 말했다.
최근 포항, 광양, 당진 등 지역 세관 당국은 포스코, 현대제철에 일본산 철스크랩 검수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유선 통보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조치라 보고 있다.
검수 강화에도 아직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에서 일본산 철스크랩 전체에 방사능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돼 검사로 인한 하역 지연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관원들이 선상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철스크랩 몇몇 부분을 검사하고 있다"며 "검사 시간이 빨라 아직 하역 지체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역 후 철스크랩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사들이 쇳물을 만들 때 투입하는 원재료다. 고로(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초 일본 철스크랩은 주로 선상 통관으로 수입됐다. 세관원들은 부정기적으로 수입 선박에 올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방사능 오염 검사는 선적부두에서 한차례 실시한 뒤 제강사 야드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차량 단위로 진행해 왔다.
수입되는 모든 철스크랩에 수차례 전수검사를 하면서, 선상 통관만으로도 검사 실효성을 거두는데 충분했다. 현재 관세청이 진행하는 방사능 전수 검사는 이러한 관례를 깨고 직접 개입했다는데서 이례적이란 평가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일본산 철스크랩 수입은 404만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만 220만톤을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30만톤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되는 셈이다.
국내 제강사들이 사용하는 일본산 비중도 막대하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일본산 철스크랩 비중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의 철스크랩 검수 강화 소식에 제강사들이 촉각을 기울이는 이유다.
일본 철스크랩 공급사들 역시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최대 공급 국가인 한국에서 수입을 규제할 경우 이들이 입는 피해 또한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철강소식을 전하는 텍스리포트(TEX Report)는 "당진, 광양, 부산, 마산 등 주요 항구에서 일본산 철 스크랩을 실은 선박 전체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하역 지연, 배송 위험 등으로 인해 한국 제강사들이 추가 계약을 꺼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관세청의 전수검사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이후 내려진 조치"라며 "사실상 수입규제 조치와 같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