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6월 직영점 형태의 '슈퍼형 편의점' 선봬'헬로네이처' 자회사 통해 신선식품·가공식품 강화신규 먹거리 사업 vs 관련 규제 피하기 위한 꼼수 출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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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CU(씨유) 가락우성점.매장은 편의점으로는 다소 넓은 50평(165.2㎡)이다. 편의점 입구 앞에 마련된 매대에는 ‘수박(7kg·1만4900원)’, ‘생수(2L 6입·3000원)’, ‘티슈(24입·1만7900원)’ 등이 할인된 가격표를 붙인 채 진열됐다.‘우리 동네 싱싱 과일 채소’라는 이름이 붙은 매대에는 ‘대추방울토마토(3400원)’, ‘천도 복숭아(4700원)’, ‘감자(2490원)’, ‘대파(1400원)’, ‘양파(2190원) 등 야채와 과일이 눈에 띄었다. 정육·수산 코너에는 삼겹살, 목살, 쇠고기 등이 포장 상태로 진열됐다. 다양한 종류의 가공식품도 눈에 띄었다.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주부 최 모씨(36)는 “집과 가까워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며 “롯데마트 송파점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 소량 구매할 때에는 편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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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불꺼지지 않는 편의점이 접근성을 앞세워 핵가족의 장바구니를 파고들고 있다. 신선식품과 묶음 공산품 등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상품군도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이들 업체는 별개 슈퍼마켓을 내기보다는 ‘슈퍼마켓형 편의점’을 통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업계 1위 CU가 새롭게 선보인 ‘슈퍼형 편의점’도 편의점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도 슈퍼마켓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직영점 형태로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매장은 인근 아파트 입주민에 대해서는 3만원 이상 결제 시 무료 배달까지 가능하다.먼 곳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물량만 구입하는 소비 트랜드가 뚜렷해지자 편의점들도 이 같은 점포로 주부 고객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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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CU의 슈퍼형 편의점이 슈퍼보다 좁지만 온갖 물건을 파는 일본 편의점을 닮아가는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편의점의 경우 식음료와 즉석식품 판매, 서적, 금융, 공과금 수납 대행, 티켓 판매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편의시설로 변모하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며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나선 CU 입장으로서는 전국 1만3500여개의 점포가 최적의 플랫폼이다. 주택가 등 수요가 밀집된 상권에는 편의점이 소규모 슈퍼마켓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자회사를 통해 축산·수산 등 슈퍼마켓 전용 상품을 편의점에서도 쉽게 소싱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편의점 성장 정체 우려 속에서 시장 전망성이 밝은 신선식품 카테고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
반면 CU가 추진하는 편의점 사업이 변형된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라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편의점은 최근 자율규약을 시행하고 있으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대형마트나 SSM이 엄격하게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받는 것에 비해 출점이 자유롭다.그렇다보니 CU의 새로운 편의점이 관련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 출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40~50평 이상의 대형 매장에 1차 상품인 농축수산물의 비중을 높인 ‘무늬만 편의점’으로 가격 경쟁력 대신 접근성과 편리성을 내세우는 편의점 업태의 본질을 흐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이에 대해 CU 관계자는 “주택가 등 입지에 맞춘 특화매장일 뿐 새로운 사업 플랫폼은 아니다”라며 “해당 매장의 테스트 결과에 따라 특화 매장을 추가로 선보일 수는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