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럽 매출 166% 급증… 4년만에 '1천억' 돌파 눈길美 화웨이 견제, MLCC, 'IT 중심→전장용' 시장 개편전기차 시장 개화… 전장용 MLCC 수요 점진적 증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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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매출처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침체기를 맞은 IT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 지역의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향후에도 고신뢰성 MLCC 개발을 강화해 전장·산업용 신규시장 진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 상반기 유럽 지역 매출은 1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712억원에 비해 166% 급증하면서 4년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삼성전기의 유럽 매출은 상반기 기준으로 2013년 3811억원을 기록한 이후 점차 줄더니 2016년부터는 1000억원을 밑도는 등 부진을 겪었다.2010년대 초반 LCD TV로 개화된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이 LED, 3D 등으로 변화하면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당시 삼성전기는 전원공급 부품인 파워모듈 사업을 중심으로 유럽 매출을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2015년 파워모듈, 전자튜너, 전자가격표시장치(ESL) 등 3개 사업부문을 분사시키면서 유럽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ESL의 경우 사업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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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유럽 매출이 다시 회복된 요인은 주력 사업인 MLCC가 기존 IT 중심에서 전장용으로 개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전기차 시장 개화로 전장용 MLCC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유럽 내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메이커들이 즐비한 독일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전장 사업의 확대에 따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침체에 빠진 IT산업의 수요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아직까지 IT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의 MLCC 사업은 올 상반기 가동률이 65%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특히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매출은 올 상반기 1조16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하락하면서 주요 수출 지역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삼성전기 측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미국의 화웨이 견제 등으로 MLCC 재고 소진이 기대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IT용 MLCC는 연내 정상수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동주 SK증권 애널리스트는 "MLCC는 아직까지 출하량 기준 IT용 제품이 90%에 달하는 만큼 모바일 수요에 따른 수급 영향이 큰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지속, 화웨이 이슈 등으로 올 하반기에도 수요가 급반전하는 그림은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 이슈가 완만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내년 수요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이어 "다만 전기차 시장 개화로 전장용 MLCC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 전망은 낙관적"이라며 "무라타제작소, 삼성전기 등 선두 업체는 산업 및 전장용에 매년 10% 정도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전반적인 수급 상황은 내년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실제 삼성전기는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부산 공장의 전장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2%에 불과했던 전장용 MLCC 비중이 2020년 20%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지난해 IT용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천진에 5733억원을 투자해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장기적 확대가 전망된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오는 2022년까지 전장용 MLCC에서도 글로벌 2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삼성전기 관계자는 "티어1 거래선 중심으로 대형·고용량 제품 공급이 증가하면서 2분기 전장용 MLCC 매출이 확대됐다"며 "하반기에도 고신뢰성 라인업을 강화해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