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시한 ‘2023 경영 청사진’… 실현 미지수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 日 수출규제 조치 후 17.6%↓신동빈 회장, 계획수정·대응방안 질문에 ‘묵묵부답’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롯데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롯데
    롯데그룹의 5년간 7만명 채용·50조원 투자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한일 관계 악화 등 대내외 악재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롯데 안팎에서는 반일을 넘어 극일로 치닫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는 지난해 보다 줄어든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는 8000명을 선발했지만, 올해 하반기는 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출소한 직후 대규모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총 7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에 계획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 10곳은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된지 2달여 만에 시가총액이 4조3000억원이나 증발했다. 10곳의 지난 28일 시가총액은 20조2000억원으로 지난달 1일(24조5200억원)과 비교해 17.6%나 줄었다.

    특히 롯데하이마트(-30.6%)와 롯데푸드(-27.0%), 롯데칠성(-24.7%) 등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를 받고 있는 유통 계열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신규 채용규모를 늘리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경영악재가 산적한 상황에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롯데는 채용계획과 함께 대규모 투자도 공언한 바 있다. 그룹의 양 축인 화학과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50조원을 미래 먹거리 발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곳간에 여유가 있어야 투자도 할 수 있는데, 시가총액이 쪼그라든 상황에선 현상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일본 이슈로 대규모 채용·투자계획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집무실로 향했다.

    양국의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일어난 사태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딱히 취할 수 있는 대응방법이 사실상 없어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