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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해당 재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과 분식회계의 연관성부터 입증돼야 하고, 분식회계 사건이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5일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성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프레젠테이션(PT)를 통해 이번 증거인멸 사건의 본류인 삼바 고의분식 회계 사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삼바 분식회계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지분 구조에 따라 (대주주 일가가 지배권을 가진)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바와 에피스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콜옵션을 반영할 경우 삼성 입장에서도 제일모직 가치에 악영향을 받게 되고, 삼바도 상장을 못하게 된다"며 "그 결과 콜옵션을 부실공시하고 추후에 분식회계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교사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본류인 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가 밝혀져야 한고 맞섰다.
에피스 이모 부사장 측은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검찰 측이 증거인멸한 자료와 삼바 분식회계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피력해 왔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게만 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우리가 검토해봤을 때는 증거인멸죄 성립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건을 전제로 해야 증거인멸죄가 성립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2015년에 삼바가 에피스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삼바 분식회계 사건은)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삼성 측은 "삼바의 부실 공시와 고의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바의 회계처리가 변경됐기 때문에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간적 선후관계가 맞지 않다"며 "금융감독원(금감원) 고발 등으로 인한 수사가능성만으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당한 합병을 통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이뤄내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고 그 내용을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라며 "(피고인들이) 배경이나 동기, 원인 등 세세한 사정까지 염두해 두면서 인멸 행위로 나아갔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해당 기일에는 삼성 측 변호인들의 PT가 진행된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검찰이 지난 24일 신청한 공소장 변경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