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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식약처의 이 같은 '발암 행정'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혁신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의료계는 묻고 싶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은 항궤양제 '라니티딘' 불순물 사태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대응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해 8월 벌어졌던 '발사르탄 사태'에서 보였던 식약처의 아마추어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1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명원 의원과 공동 주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 회장은 "라니티딘 사태는 대한민국 의약품 안전관리의 총체적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참사"라고 진단했다.
라니티딘은 소화기 질환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잔탁'에서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16일 조사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식약처와 복지부는 지난 26일에는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 검사한 결과 기준치 이상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열흘 만에 번복된 것이다.
최 회장은 "(식약처가) 위협을 인지한 후의 대처가 중구난방이었다"며 "신속하게 대처하는 척 하기 위해 일부 검사결과만 발표했다가 스스로 입장을 뒤집은 꼴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발사르탄 사태 때도 서둘러 주말에 발표했다가 월요일부터 의료기관이 마비가 되는 혼란이 있었다"며 "내실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한 아마추어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지난 16일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269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 조치도 내렸다. 일부 원료의약품에서만 NDMA가 검출됐던 발사르탄과 달리,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7종 모두에서 NDMA가 잠정관리 기준을 초과 검출돼 대체의약품이 없는 상황이다. 판매중지된 라니티딘 제품의 시장 규모만 해도 연간 2345억원 규모에 이른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라니티딘 사태가 지난해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빚은 발사르탄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 사태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외국 전문기관이 의약품 성분의 위협을 먼저 인지하고 식약처가 뒤늦게 조사에 나선 것도 발사르탄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매번 이렇게 외국의 발표 결과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과연 식약처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식약처의 무능보다도 안이한 태도"라며 "발사르탄 사태 때에도 어설픈 대처로 비난 받으면서도 신속한 대처였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니 이번에도 또 스스로 칭찬을 하고 나섰다"며 "위협을 먼저 찾아낼 정도의 역량 없이 '뒷북'을 치면서도 매번 공치사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중대한 사태가 두 번이나 반복됐다는 것은 단순히 능력 부족이나 실수의 차원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에 어떤 중대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찾아 체질을 개선하고 충분한 전문인력 확보, 조직개편을 통해 식약처가 의료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파트너로 거듭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