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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삼성 측은 본안사건인 삼바 분식회계의 유무죄부터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일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 이모 재경팀 부사장, 백모 상무,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성 안모 대리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 행위가 벌어진 배경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을 피하기 위한 자료 정리였다"며 "오래된 자료, 외부 유출됐을 때 오해를 살 만한 자료,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자료 등 불필요한 자료 정리에 대한 인식이 공유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바 분식회계에 대해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과 이번 증거인멸 사건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게만 죄가 적용된다.
삼성 측은 "(검찰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엄격한 증명이나 설명 없이 모든 자료가 다 증거인멸죄 대상처럼 기재됐다"며 "(어느 게 증거인멸과 관련된 자료인지) 특정하지 않으면 증거인멸 범위가 무한적으로 확대되고 이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이 무죄가 되면 증거인멸죄가 유죄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타인의 형사사건이 구체적으로 특정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1개만 관련성이 성립되면 전체가 성립한다는 주장은 증거인멸죄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국가 형벌권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검찰은 "타인의 형사사건이 유죄인지 여부는 증거인멸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며 "증거인멸 행위로 타인의 형사사건이 무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죄에 대한 판단은 본안소송이 결론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삼성 측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증거인멸만 기소되고 본안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짚었다. 삼성 측은 "허위 재무제표작성죄 성립 여부는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와 양형에 중요한 사항"이라면서 본안사건 심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삼성 측은 증거인멸 사건의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므로 허위 재무제표작성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삼바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재무제표의 주석에 기재, 공시해 회계처리를 숨긴 것도 아니다"고 역설했다.
삼바는 2014년 재무제표의 주석에 바이오젠 콜옵션 보유사실을 기재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바이오젠과 같은 수준으로 주석에 기재, 공시했기 때문에 회계기준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삼성 측의 주장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주석에 바이오젠이 콜옵션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기재했다면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주석에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기재한 상황에서 일부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허위 재무제표작성죄가 성립한다고 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분식회계의 유무죄 여부는 증거인멸 재판에선 범죄 성부와 상관없다"며 "오히려 이 재판에서 분식회계에 대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게 저의가 뭔지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은닉된 증거는 파일 1000만건이 넘는다"며 "목록 선별과정에서도 피의자 측에 전달됐기 때문에 2000건의 문건이 어떤 파일인지 변호인들도 다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든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한편,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8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다음 기일에는 검찰 측의 서증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