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가입자 감소세… 증가율 '15%→1%'망 도매대가, 보편요금제 등 경쟁력 뒤쳐져"돌파구가 없다"… 정부 근본적 요금제 손질 절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국내 알뜰폰(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통신 시장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데다가, 정부의 미비한 정책에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는 추세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은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설비를 임대해 독자적인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들의 과점을 막아 유효경쟁을 활성화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된 서비스다.

    정부의 지원사격 아래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온 알뜰폰은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7~9월)간 알뜰폰 가입자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8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3만 6740명이 이탈했으며, 7월에는 2만 2688명이 떨어져 나갔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 현황'을 보면 9월 기준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넘어간 가입자가 5만 8000여명에 달한다.

    알뜰폰 업계는 2016년 가입자수 증가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호황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1%대까지 급락하면서 업계에서는 존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망 도매대가에 의존하는 데다가 이통3사의 저렴한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차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 알뜰폰 회사들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자조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에게 망을 빌려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이통3사 가운데 시장지배력 1위인 SK텔레콤이 대표로 정부와 도매대가 협상을 벌이는 구조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활성화를 위해 도매대가를 낮춰왔지만, 보편요금제 도입 이후 이통사들의 저가 요금제에 밀려 가격 경쟁력은 큰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일례로 이통사들이 출시한 월 2만대에 달하는 무제한 요금제를 들 수 있다.

    중고가 요금상품에 적용되는 수익배분 도매제공 방식도 이통사 위주로 설계된다는 점도 알뜰폰 업계를 옥죄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알뜰폰 5세대(5G) 요금제 역시 이통사의 요금제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대책에도 LTE 요금제와 5G 도매제공 확대 등이 포함됐지만, 근본적인 알뜰폰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중소업계의 가입자 이탈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의 관건은 결국 가격 경쟁력에 있다"면서 "업계의 자립을 위해 정부가 도매대가 요금체계를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알뜰폰 순위는 CJ헬로의 자회사 헬로모바일(79만명)이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SK텔레콤 계열사 SK텔링크(73만명), KT 계열사 KT엠모바일(72만명), LG유플러스 계열사 미디어로그(30만명) 등이 뒤를 이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