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免,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 획득… 내년 해외매출 1조 목표신라免, 기내면세점 '3식스티' 지분 취득… 미주시장 공략 속도면세업계 "국내시장 따이궁 의존도 높아, 해외로 발 넓혀"
  • ▲ 상반기 12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면세업계가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높은 수수료 때문에 막상 손에 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작은 시장임에도 하반기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 상반기 12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면세업계가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높은 수수료 때문에 막상 손에 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작은 시장임에도 하반기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상반기 12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내 면세업계가 웃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높은 수수료 때문에 막상 손에 쥔 돈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작은 시장임에도 하반기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여기에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이 빠진 뒤 국내 면세점의 주력 고객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다. 언제까지 중국인만 바라볼 수 없는 노릇에 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신라·롯데면세점 등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해외로 시장을 넓혀간다는 각오다.

    먼저 롯데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 운영권을 획득했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창이공항 1∼4 터미널의 담배·주류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면적은 총 8519㎡(약 2577평) 규모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 매장 중 가장 큰 사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6년간 약 4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전 세계 주요 공항 중 하나로 이용객 수가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미국 DFS가 40년간 창이공항 주류·담배면세점을 운영했지만 이번에 사업권 연장을 포기함에 따라 입찰이 이뤄졌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독일의 하이네만 면세점이 참여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각국 공항에서 주류·담배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경험과 온라인 면세점 사업 역량을 강조해 입찰에 성공했다”며 “이번 창이공항 사업권 확보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의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인해 롯데면세점은 2020년에는 해외에서만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월 오세아니아 지역을 시작으로 7월 베트남 하노이공항점을 여는 등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사업권을 딴 창이공항점에 연내 문을 여는 베트남 다낭시내점까지 합하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면세점은 15개로 늘어난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창이공항점 운영권 획득은 ‘트래블 리테일 글로벌 1위’라는 비전 달성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해외 신규 시장 진출 가속화를 통해 한국 면세점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 ⓒ호텔신라
    ▲ ⓒ호텔신라
    반면 호텔신라는 세계 1위 기내 면세점 운영 업체인 ‘스리식스티’(3Sixty·옛 디패스)를 인수하며 미국 등 북중미 지역에서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호텔신라는 스리식스티(법인명 트래블리테일그룹)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 회사 지분 약 44%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공시했다. 투자액은 1억2100만달러(약 1420억원)다. 투자 목적은 ‘경영 참여’로 밝혔다. 

    호텔신라는 이번 투자로 스리식스티의 2대 주주가 된다. 5년 뒤 잔여 지분 중 23%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이번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기존 대주주는 잔여 지분 33% 전부를 호텔신라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도 있다. 호텔신라가 스리식스티 지분 100%를 취득하는 조건을 단 것이다.

    스리식스티는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면세점 운영 업체다. 지난해 약 8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주요 사업은 기내 면세점 운영이다. 에어캐나다, 버진에어웨이, 싱가포르에어라인 등 21개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기내에서 면세품을 판매 중이다. 

    공항 면세점도 운영 중이다. 미국에는 댈러스포트워스, 올랜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 면세점이 있다. 콜롬비아 엘도라도 국제공항 등 중남미에도 12곳의 면세점을 뒀다. 여기에 크루즈 면세점까지 포함하면 총 41곳의 매장이 있다.

    호텔신라가 스리식스티 인수에 나선 것은 글로벌 면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그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첫 해외 면세점을 냈다. 2017년에는 홍콩 첵랍콕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이후 마카오 공항 면세점,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등으로 지역을 넓혔다. 

    해외 사업 확대 덕분에 호텔신라는 작년 매출 기준 글로벌 3위 면세점 사업자가 됐다.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작년 면세점 운영 사업으로 54억7700만유로(약 6조99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1위 듀프리, 2위 롯데면세점의 뒤를 이었다.

    해외 사업이 순항하면서 호텔신라는 아시아에서 벗어나 선진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 스리식스티 인수로 해외 사업 지역을 미국 등 북중미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국내 면세업계가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사업 다변화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국내 시장은 중국 사드보복 같은 외부 변수가 재발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수익성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국내 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해 해외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접근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해 업체들이 이들을 '모시기' 위해 출혈 경쟁 중이다"며 ”해외 사업 확대나 중국인 의존도 완화 등 시장 다변화의 노력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