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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60만대 규모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가 숨죽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협상의 달인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물론 통상당국 등은 온종일 미국발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수입차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아왔다”며 “곧 결정을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 시기와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유럽연합(EU) 등 수입자동차와 부품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당초 미국은 지난 5월 17일 수입차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포고문을 6개월 연장한다고 밝히며, 그 시기는 11월 13일로 늦춰졌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결정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일각에서는 아예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라고 밝힌 시한이 180일 뿐 실제 관세 부과 시한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통상당국도 "정해진 시한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EU 자동차와 달리 한국 자동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유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트럼프 결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가 가장 예민하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총 81만1124대로 전체의 33.1%, 올해 1~9월까지는 63만1181대로 35.5%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99만516대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은 31만2487대로 비중은 31.5%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102만6106대를 수출했고, 이 중 미국 수출은 22만9741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출의 22.4%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미국 수출 비중이 늘어났다.
현대차는 올 1~9월까지 전 세계에 74만6300대를 수출했으며, 미국 수출은 27만5853대로 37.0%를 차지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 77만1760대를 수출했고, 미국으로는 18만5097대를 수출해 24.0%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브랜드를 비롯해 팰리세이드의 인기몰이가 올해 미국 수출 증가세에서 가장 특징으로 꼽힌다. 기아차는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쏘울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치면 올해 미국 수출 물량은 약 60만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될 경우 가장 피해도 크다.
이외에도 한국지엠이 스파크와 트랙스 등을 미국에 13만대 가량 수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차가 관세 부과 유예를 받더라도 잠재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해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악재로 보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관세폭탄을 피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상황보다는 낫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계속해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국산차에 대해 관세 유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아서 긍적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