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리점-택배기사 교섭해야"배달·대리기사 '근로자성' 인정 판결도"시장 이해 보단 친노조 정치논리, 우려스럽다"
  • ▲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뉴데일리 DB
    ▲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뉴데일리 DB

    택배·음식배달 기사 등 특수고용 종사자의 노조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법원이 사업자 신분의 종사자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대리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동위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각 대리점은 수수료율 등 택배기사 업무에 대한 교섭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어 19일에는 음식 배달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이 서울시로부터 노조 필증을 받았다. 해당 노조는 서울지역에 한해 교섭권·쟁의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같은 날 부산지방법원에서는 대리운전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관련 업계는 걱정이 깊다.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와 지자체의 판단으로 혼란이 우려된다는 시각에서다. 종사자마다 계약·근무환경이 다른 특고직의 ‘근로자성’ 성립 여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종사자 처우 개선이라는 정부와 재판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은 유감”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경쟁 입찰 구조로 대형 택배사 이익률이 1~2%대에 그치는 상황인데, 수수료·근무시간 단축에 대한 노측의 요구가 계속된다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운임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택배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많은 택배기사의 경우 파트타임 기사에게 업무를 일부 할당하는 등 제3자 고용도 가능하다”면서 “타인을 고용하고, 근무량과 수입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직업에 어떻게 근로자성이 성립될 수 있냐”고 지적했다.

  • ▲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라이더유니온 ⓒ 연합뉴스
    ▲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라이더유니온 ⓒ 연합뉴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업 종사자의 경우 일주일·한 달 등 단기 근무가 많으며, 대부분의 기사가 건당 수입을 계산하는 사업자 계약을 선호한다”면서 “근무환경 개선 등의 복지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직접교섭 등 근로자성을 인정하라는 지자체의 판단은 다소 무리”라고 말했다.

    학계도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업종별 시장 형성 과정과 경영 환경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노동정책이 시장에 대한 이해보단, ‘친노조’라는 정치 논리에 매몰돼 우려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정부가 종사자와 업체 간 교섭을 지시하는 것은 시장 구조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택배와 배달앱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와 배송 업무를 원하는 기사를 이어주는 중개 기관 개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고용직은 사업자와 근로자의 개념이 혼재돼있는 개념인데, 현재 대부분의 특고직 노조는 사업자와 근로자의 장점만을 취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바라보는 정부도 시장 상황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