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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로 풀릴 듯했던 웅진코웨이 매각 작업이 더뎌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넷마블이 실사 일정을 늘려 조건을 더 샅샅이 살피면서다. 이에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양사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딜에 깜짝 등장한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 실사도 없이 1조 8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나흘이었다. 당시 시장은 양사 간 조건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빠른 딜 클로징을 예상했다.
한 달이 지난 현재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넷마블은 지난 12일 진행한 이사회에 코웨이 인수를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달라진 넷마블의 태도에 같은 날 예정됐던 SPA 체결 일정도 미뤄진 상태다.
시장은 거래 지연의 원인으로 코웨이의 ‘노사갈등’을 꼽는다. 현재 코웨이 설치·수리기사로 구성된 CS닥터 노조는 넷마블 측에 직고용 보장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원은 총 1500명 정도로, 3주 넘게 넷마블 본사 앞에서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이슈로 오히려 넷마블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평가한다. 그간 넷마블 입장에선 캐시카우로 평가받는 코웨이 몸값을 흥정할 명분이 없었다는 시각에서다. 지난 3분기에도 코웨이는 매출 7596억원, 영업이익 1403억원을 내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넷마블에선 코웨이의 인수가를 흥정할 건수가 마땅치 않았다”면서 “이번 이슈를 매각가 협상 기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넷마블 입장에선 거래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금액으로 빚을 상환해야 하는 웅진 입장은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인수금융, 전환사채와 이자 비용까지 깔끔하게 해결하기엔 1조8000억원이 적정 수준이라 쉽사리 흥정을 받아들일 순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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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이 넷마블에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선 비용지출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게임업으로 성장한 넷마블은 그간 노사이슈 경험이 적어 고민이 더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위주의 게임업은 타 업종에 비해 노사이슈에 대한 부담이 적어, 넷마블 입장에선 이번 건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쨌든 코웨이 사업의 핵심이 현장 인력인 만큼,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관련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넷마블이 노조의 요구를 반영할 경우 당장 들어갈 금액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기사 150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회사가 이들에게 주휴·연차수당으로 100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000억원은 전체 노조원에게 같은 내용을 적용했을 때의 금액이다. 이후 노조의 요구대로 정규직 전환 등을 진행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설왕설래에도 웅진은 당초 계획에 맞춰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넷마블은 실사·계약체결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매각 건과 관련해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초 일정대로 이르면 연말, 내년 초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현재 해당 팀에서 거래관련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차기 이사회 일정 등은 공유된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