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범후 규제 강화, 돈줄죄자 건설사 출혈경쟁 분양가 상한제 이후 정비사업 올스톱, 수주 가뭄 시작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무효 결정 건설사 충격
  •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일대. ⓒ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일대. ⓒ 연합뉴스
    건설업계가 잇따른 정부 규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무효로 정비 사업에 제동이 걸리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는 전날 한남3구역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대림·GS건설 등 건설사가 제시한 입찰제안서 내용 가운데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구청과 조합에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행정당국은 건설사들이 '시공 외 금전 이익 제공'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132조)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담보인정비율(LTV) 40% 이상 이주비와 사업비를 무이자로 지원하고, 혁신설계안에 따른 사업비용 무상 제공, 3.3㎡당 7200만원 분양가 등 건설사가 조합의 재산상 이익을 보장했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시공사가 과열 수주 경쟁을 벌이며 공정경쟁을 해치는 것을 막고 시장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입찰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2017년 도정법을 개정하고 시공 외 재산상 이익 제공을 금지했다. 건설사가 시공과 관련없는 사항을 조합 측에 제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해둔 셈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돈잔치를 벌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출 규제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시장을 옭아맸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세금과 대출을 모두 휘어잡는 강력한 대책인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자금 줄부터 옭죄기 시작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제한했다. 다주택자의 추가적인 주택 구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들의 주담대를 차단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차단해버렸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이 높아지자 건설사들은 우후죽순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발코니 무상 확장, 옵션 상품 무상 제공 등 제 살을 깎는 조건을 내놓았다. 

    집을 사려는 고객을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건설사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건설사의 실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대림·GS·대우·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5개 건설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8625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7.4% 축소됐다.  

    이후 건설사들은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정비 사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탓에 분담금이 치솟자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려던 조합원들이 사업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업 일정이 뒤로 밀리면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없게 되니 건설사들도 속이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 속에서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전날 발표된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무효 발표로 다시 한 번 얼어붙게 됐다.

    앞으로 진행될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에서도 행정당국의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보니 건설사로서는 쉽게 사업에 손을 댈 수 없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연구원은 "정부의 한남3구역 입찰 무효화 결정은 건설사들에게 과열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에서 한 발 물러서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건설사 길들이기에 나선 만큼 계속되는 규제로 건설업계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