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부분의 식품업체 신사업 착수온라인 기발, 배달 시장 급성장 일본불매 '리스크'이르면 내주까지 대부분 식품가 인사 완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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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식품업계는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인건비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며 사업 효율화 작업에 착수해왔던 국내 식품업체들은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이 과열되며 '치킨게임' 양상만을 띠게 됐고, 소비 심리가 크게 꺾이는 등 내수 시장의 침체에 실적 부진을 빗겨갈 수 없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품업계에서는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건강기능식품, 대체식품, 온라인 기반 배달식품 성장, 배달 시장 급변화 등 사업 다각화가 일어났다. 

    업계는 포화 상태인 국내 식품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해오는 단계였다. 이들 고민이 본격적으로 신사업으로 가시화된 것이 올해다. 각 업체들은 다양한 사업군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최근 2년동안 크게 뛰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여기에 경쟁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단기간에 경쟁이 과열, '치킨게임' 양상으로 발전했다.

    내수를 넘어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K-푸드' 열풍을 타고 한식의 우수성이 글로벌 시장으로 전해지면서 수출 실적이 전체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풀무원은 지난 5월 전북 익산에 300억 원을 투자해 수출용 김치공장을 건설하고, 6월부터는 미국 월마트·크로거 등 대형 유통사 매장에 김치 공급을 시작했다. 풀무원의 파격적인 투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그 결과 풀무원은 미국 김치시장에서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매출액도 지난해 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농심도 지난 9월 미국 서부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제2공장의 면적은 기존 라면 공장 대비 3배 규모인 4만6500평에 달한다. 농심은 현재 3분의 1정도인 수출 매출 비중을 오는 2022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2023년까지 약 1300억원을 투자해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 신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인기로 2015년 300억에 불과했던 해외 매출이 2016년 930억, 2017년 2050억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 수출은 2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새로운 사업분야가 확장되고, 수출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지만 올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만큼 대부분의 식품업체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사업은 시작 단계인 만큼 버는 것보다 들어가는 돈이 많은 점도 업계에는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슈완스 인수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커졌지만 주력 사업인 식품 사업이 크게 꺾였다. 올해 3분기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줄어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달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지주사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각 계열사로 복귀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대대적인 인사이동과 함께 사업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일본 불매운동'이라는 태풍이 불어닥치며 식품업체들의 마케팅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일본 관련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은 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예정된 마케팅 활동이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롯데' 계열사들은 일본 불매운동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적극적으로 소주 처음처럼이 '한국 제품'임을 알리는 마케팅에 나섰지만 주류 부문의 매출 부진을 막지 못했다.
  • ▲ 서울 구로구 길거리에 일본 불매운동 장려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임소현 기자
    ▲ 서울 구로구 길거리에 일본 불매운동 장려 포스터가 붙어 있다. ⓒ임소현 기자
    격동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식품업체들은 내년도 사업 효율화 작업과 신사업 안정화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주 안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 CJ그룹과 롯데그룹의 정기인사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굵직한 식품업체들이 향후 전략에 어떤 초점을 맞출 것인지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내세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해였지만 내수 부진, 일본 불매운동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했다"며 "내년도에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행하고 인건비가 최근 3년만에 가장 소폭의 인상폭인 만큼 사업 효율화 작업에 어느정도 성공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