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딸기 물량 확보 전쟁… 이상 고온에 딸기시즌 늦어져이마트, 창립행사에 80톤 딸기 확보… 사전 계약 농가 덕1화방 딸기가 가장 맛있어… 꼭지 잎이 크고 솟아야
  • ▲ 딸기 농장에 익고 있는 딸기.ⓒ강필성 기자
    ▲ 딸기 농장에 익고 있는 딸기.ⓒ강필성 기자
     “구름이 너무 많이 끼었는데요.”

    찌푸둥한 하늘을 바라보는 이완희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부장)의 표정이 어두웠다. 일조량은 딸기의 숙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통상 3일 후 출하 물량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주로 기상 예보 콘텐츠일 정도다.

    딸기 시즌이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최근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물량 확보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바이어들이 체감하는 국내 딸기 물량은 예년 대비 절반 정도라고 한다. 이마트는 이 전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곳이다. 주말 창립기념 행사를 앞두고 딸기 80톤을 확보했다. 평소대비 4배의 물량이다.

  • ▲ 논산 연무농협 공선회의 딸기 농장.ⓒ강필성 기자
    ▲ 논산 연무농협 공선회의 딸기 농장.ⓒ강필성 기자
    여기에는 이마트가 사전계약을 맺은 농가들이 있었다. 지난 27일 딸기 전쟁의 최전선인 딸기의 산지 논산 사전계약 농가를 직접 방문해봤다.

    딸기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등장하는 겨울의 상징 같은 과일이다. 겨울은 딸기 외 햇과일이 없어 딸기에 대한 수요 쏠림세가 강하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딸기가 겨울과 봄 시즌 매출 1위 품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논산에 위치한 연무농협 공동선별회(이하 공선회)는 이마트의 딸기 수급에 일조하는 대표적 사전계약 딸기 농가다. 공선회는 공동으로 선별, 출하하는 생산자 조직으로 약 10년 째 이마트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 ▲ 류동진 연무농협 공선회 회장이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강필성 기자
    ▲ 류동진 연무농협 공선회 회장이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강필성 기자
    류동진 연무농협 공선회 회장(59)은 “보통 8월 중순부터 딸기를 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기온이 너무 높아서 그 시기가 뒤로 밀렸다”며 “현재 딸기가 익고 있어 안정적으로 출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류 회장의 딸기 농장에 들어가면 달콤하고 향긋한 딸기 향이 물씬 풍긴다. 허리 높이의 고설재배로 키워진 딸기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딸기와 붉은색이 아직 덜 오른 딸기가 혼재해 있었다. 딸기는 통상 수확 바로 다음날 이마트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29일부터 시작하는 이마트의 창립기념 할인행사 ‘스타세일’을 겨냥한 물량은 28일 수확이 시작된다. 

    딸기는 한 줄기에서 딸기가 나오고, 이들이 수확되고 나면 새로운 줄기에 꽃이 펴서 열매를 맺는 화방교체를 하게 되는데, 숙기가 가장 긴 1화방의 딸기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겨울 딸기가 봄 딸기보다 맛있는 것도 이 때문. 지금 출하되는 딸기가 모두 1화방의 딸기다. 실제 농장서 갓 딴 딸기를 한 움큼 베어 무니 짜릿하게 퍼지는 향긋함 속에서 달콤한 과육이 씹힌다.

    잘 익은 딸기는 꼭지의 잎이 크고 위로 솟구쳐 있다고 한다. 다만 마트에 팩 안에 들어간 딸기의 잎을 확인하기 힘 들 때는 팩 사이에 코를 대 보면 단번에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팁이다. 잘 익은 딸기와 아닌 딸기는 향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 ▲ 연무농협에서 출하할 딸기의 포장이 한창이다.ⓒ강필성 기자
    ▲ 연무농협에서 출하할 딸기의 포장이 한창이다.ⓒ강필성 기자
    이날 출하돼 연무농협에서 포장되는 딸기는 고루 잘익어 그럴듯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류 회장은 “연무농협 공선회는 이마트의 계약농가로 판로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딸기 농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무농협 공선회에서 생산하는 딸기는 99% 이마트에서 매입하고 있다. 물론 공선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면접과 설비, 기술, 하우스 환경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그럼에도 공선회에 가입한 농가는 70농가로 작년보다 10개의 농가가 늘었다. 류 회장도 내년 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와 사전 계약이 농가에 이익이 된다는 반증이다.

    추가 물량 확보는 이제부터 이마트의 몫이다. 이완희 바이어는 이날 연무농협 공선회 방문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딸기 산지를 둘러보고 출하 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 ▲ 수확된 딸기들. 생산자 이름이 적혀 있다.ⓒ강필성 기자
    ▲ 수확된 딸기들. 생산자 이름이 적혀 있다.ⓒ강필성 기자
    이날 논산에서 만난 이완희 바이어는 “중요한 것은 어떤 이마트를 가더라도 동일한 가격에 맛과 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라며 “딸기 물량 추가 수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딸기 농가 생산 계획을 점검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마트는 오는 29일 창립기념 할인행사를 통해 첫 딸기를 저렴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대표 상품 ‘설향 딸기(500g/팩)’는 정상가 1만6900원에서 5000원 할인된 1만1900원에 판매한다.

  • ▲ 농장에서 딸기를 살펴보는 이완희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강필성 기자
    ▲ 농장에서 딸기를 살펴보는 이완희 이마트 과일팀 바이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