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디플레이터 4분기 연속↓…20년 만에 최저치선 긋는 한국은행…"내수물가 상승률은 1%대 유지"물가상승률 낮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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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민경제의 종합적인 물가 지수 GDP 디플레이터는 일종의 'GDP 물가' 개념으로 ▲지난해 4분기 -0.1% ▲올해 1분기 -0.5% ▲2분기 -0.7% ▲3분기 -1.6%까지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2분기(-2.7%)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지만, 수출 디플레이터는 반도체 수출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했다.

    생산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내수 산업의 디플레이터는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제조업 디플레이터가 글로벌 수요부진으로 반도체와 석유 정제품 중심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한 포괄적인 물가 지수가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보인 게 교역조건 악화에 주로 기인한 점, 내수물가 상승률은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한은은 방어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1990년대 중반부터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대체로 마이너스를 지속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가 국내 물가 외에도 수출 물가를 포함하고 있고, 부가가치 가격을 측정한다는 점 등이 국내에서 거래되는 국산·수입 최종재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물가지수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거래 비중이 높고 수출입 가격 변동성이 큰 국가의 경우 국내 물가뿐 아니라 수출 물가를 내포한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 물가 압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유용성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투입 및 수입재 가격 상승 시 기업이 시차를 두고 이를 최종생산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인 만큼 최근 시점에서는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하는 경향이 심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도 17일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디플레이션 상황을 일축했다. 그는 "물가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지속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디플레이션의 일반적인 정의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하면서 우리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수요압력이 약화한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 및 정책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고, 이 영향을 제외하고 본 기조적 물가흐름은 1%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0%대로 급락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4%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1.0%, 2021년에는 1.3%로 점차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 물가상승률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지겠으나 공급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2021년에는 국내외 경기가 개선되고 정부정책의 영향 축소로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