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후 매도호가↓전세 시세↑대출원천 봉쇄·세금문제 골치아픈 집주인, 세입자가 '봉'중개업소, 전셋값 최대치 약속 내걸고 매수자에 거래 타진
  •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 연합뉴스
    정부가 과열된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초강수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세금 문제로 집주인 일부가 물건을 내려놓았지만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차단돼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수자의 대출 부담을 줄여 거래 속도를 높이려는 일부 집주인과 공인중개업자들이 전세금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 전세 대란이 예고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 전용면적 110㎡(33평)전세 호가는 최근 10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9억원 대에 거래가 체결됐지만 12·16 대책 이후 9억원 아래 매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21억, 22억원까지 치솟던 매도 호가는 한풀 꺾였지만 전세시세는 천정부지로 뛰는 모습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정부 규제 발표 이후 세금을 피하고 싶어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려놓고 있다"며 "올해 12월 말까지 등기를 넘기는 조건으로 매수자를 급히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실거래가 9억원 이상 주택을 팔 때 거주기간 상관없이 1가구 1주택자라면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3년 이상 보유시 매년 8%씩)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12·16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르면 내후년부터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따라 최대 40%씩만 공제된다. 즉, 실거주를 하지 못한다면 10년을 보유해도 40%만 공제되는 셈이다. 

    이에 잠실 일대에서는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일부 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낮춰 하나 둘 물건을 내놓고 있다. 

    연내 등기를 전환하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을 넘기려는 것이다. 그동안 호가가 21억~22억원하던 매물 가격을 최대 19억2000만원까지 낮추면서 매수 대기자를 찾고 있다. 

    12·16대책 발표 이후 중개업자들도 "아까운 세금 많이 낼 바에 차라리 가격을 조금 낮춰 거래를 빨리 성사시키자"며 집주인들을 부추기는 중이다. 

    이와 함께 매수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전세금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B공인중개사 대표는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대출이 나오지 않고, 전부 현금으로 구입했다간 세무조사를 받아야한다"며 "9억 대에서 거래되던 전세금을 10억5000만원으로 높일 테니 나머지 잔금만 마련해오면 잠실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며 매수 대기자 설득 작업에 한창이다.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과 중개업자들이 세금 문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는 세입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가격을 더 올리거나 좀 더 저렴한 매물을 찾아 이동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다.

    잠실 A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30대 여성은 "전세계약 만기일이 다가왔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많이 올려달라고 할 것 같아 두렵다"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있어 이사 갈 수도 없는데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은 세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정말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도 이번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서울 전셋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담대를 차단해 서울에 집을 사기 힘들게 해버려서 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증가하고 자사고 폐지에 따른 학군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보다 0.11% 상승했다. 수도권과 서울이 각각 0.17%, 0.18%로 0.04%포인트씩 올랐다. 특히 강남구 전셋값은 0.51% 오르며 물건 품귀현상을 빚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를 차단해버렸지만 정부가 무주택자 전세자금대출은 열어뒀으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대출이 가능한 세입자를 코너로 몰 수 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고 대책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전세 시장 불안감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