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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2019년 경영실적을 보면서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는 세월이 흘러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학문을 할 때에는 요령을 부리지 말고 오로지 전념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 회사는 좋은 자동차,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되새겨진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05조7904억원, 영업이익 3조684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9.3%, 52.1% 급증한 수치이다. 특히 매출액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잇따라 출시한 신차들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서는 팰리세이드와 뉴 그랜저가 큰 활약을 했고, 기아차에서는 텔루라이드, K7, K5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기본에 충실한 결과다. 고객들이 원하는, 트렌드에 맞는,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든 덕분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SUV 중심으로 판매믹스가 개선된 것이 주효했다. 쉽게 말해 소형차를 100대 판매하는 것보다 중형차급 이상을 100대 판매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도 현대차는 지난 15일 출시한 GV80을 비롯해 GV70, 아반떼, 투싼 등의 신형 모델로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기아차는 올해 신형 쏘렌토 및 카니발 등을 선보이며 골든 사이클에 진입할 예정이다.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면 이들 차량들도 인기몰이에 선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11만6000대를 판매목표로 제시해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가지 더 긍정적인 소식은 그동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발목을 잡던 엘리엇이 보유 중인 지분 전량을 지난 연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는 큰 시름을 덜게 됐다. 엘리엇은 현대차 3.0%, 기아차 2.6%, 현대모비스 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주들 입장에서도 미국계 헤지펀드가 휘젓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확립할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다.
물론 미래 모빌리티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긴박한 움직임도 지속가능한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