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바이오파마, LG화학 등 일부 코스피 상장사에는 적용 안돼업계 "코스피 상장사도 사고 쳤는데 코스닥사에만 매질하는 격"금융위 "코스피 제약·바이오기업도 가이드라인 확대 적용 검토"
  • ▲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사고는 코스피 제약·바이오기업도 같이 쳤는데 힘없는 코스닥 상장사에만 매질을 하는 격이다."

    금융 당국이 최근 제시한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에 대해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이같이 비판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을 위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기업의 공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상시험과 기술 수출 등 중요 경영 활동은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하고, 투자자가 위험을 알 수 있도록 주의 문구도 넣도록 했다. 반면, 과도한 홍보성 정보에 관한 공시는 제한했다.

    최근 바이오기업들은 임상시험 결과가 실패했는데도 '사실상 성공'이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호도했다. 불리한 임상 결과가 나오면 일부러 '무용성 평가' 등 생소한 단어를 써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를 위한 사전 미팅(Pre-NDA Meeting) 같은 일은 부풀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문제는 해당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코스닥 기업에 한정돼 있어 정작 최근 큰 물의를 일으킨 일부 코스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감시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상 결과 공시는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에 따라 공시돼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21일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 3상 결과 1차평가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작 5일 만에 성공적이라던 임상 결과가 실패로 뒤집힌 것에 대해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22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올리면서 "회사에서는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한올바이오파마는 코스피 기업이라 해당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가이드라인 적용을 피해가는 기업들도 있다. 업종이 '합성고무·플라스틱 물질 제조업'인 LG화학과 '구명정·GRP 제조업'인 에이치엘비가 이에 속한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실태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대부분의 상위제약사들은 재무제표 작성에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했지만, LG화학은 제약·바이오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지침에 따르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이번 가이드라인의 예시에는 코스닥 바이오 시총 순위에서 상위권에 드는 에이치엘비의 비중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금융 당국은 미국 FDA Pre-NDA Meeting 등 공식적인 임상시험에 선행되는 사전 절차와 관련된 사항은 공시 의무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코스닥 제약·바이오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코스피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도 공시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텐데 차라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코스피 상장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제약사에 투자하는 주주들의 경우 감춰진 내용들이 많아 답답했을 것"이라며 "이번 가이드마련이 코스피 제약·바이오기업에도 적용된다면 투명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기본적인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해외에서는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임상 중단, 허가신청 포기 등 불리한 정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공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정작 최근 공시 관련 문제는 코스피 상장사에서도 많이 터트렸는데 힘없는 코스닥 기업에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다. 코스피 상장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시장 내에서 제약·바이오 비중이 월등히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우선 시행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코스닥 상장사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코스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