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9만3400원… 본격 반등 시작CJ제일제당 호실적, 수익성 개선'기생충' 효과 적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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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 주가가 오랜 정체에서 벗어나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실적 호조와 영화 '기생충' 효과 등으로 지주사 주가의 반등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고 있어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CJ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5% 하락한 9만3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1일 이후 5일 연속 상승세를 타다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이달 초 장중 8만1000원까지 내려갔던 것에 비해서는 15%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CJ제일제당의 호실적과 수익성 개선 의지가 지주사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CJ 지주사는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로, 순자산가치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기업 가치가 지주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9.7% 성장한 22조 3525억원, 영업이익은 7.7% 늘어난 8969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이 2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269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6.3% 증가했다.
호실적 배경은 국내외 주력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며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해외에서는 비비고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배 이상 늘어난 3조153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가정간편식(HMR)이 1위 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매출 증가와 더불어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연말 차입금은 6조756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9조4752억원 대비 2조7187억원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은 전사적인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 전략으로 인해 올해부터 다시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기생충'은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CJ ENM에서 투자배급을 담당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휩쓸면서 CJ ENM을 비롯해 지주사도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CJ ENM의 주가는 지난 3일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이후 13일에는 장중 17만7800원까지 상승하면서 연일 강세를 보였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최근에는 주가가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지주사 주가는 지난 13일 기준 9만5400원까지 오르면서 주가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CJ 지주사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하락세를 보여왔다. CJ는 2015년 8월 30만5521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별다른 반등 없이 5년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7월에는 10만원대마저 무너졌고 급기야 7만5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 하락은 그룹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었다. 이에 CJ는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가양동 공장 부지와 건물, 구로 공장, 인재원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해 1조3000억원 가량을 확보하는 등 차입금 규모 축소에 힘써왔다.
재무개선 노력에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CJ 주가가 많이 떨어져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이 실제 가치와 주가 간 괴리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개선이 지주 가치에 중요한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핵심 자회사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재무비율 악화로 하락세를 이어왔던 지주회사 CJ의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CJ그룹이 향후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