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 상향 … 매출구조 다변화HD한조양·현대마린솔루션·현대일렉트릭 호실적정 수석부회장 체제서, 성공적 사업개편 평가 美 조선업 재건·AI 패권 겨냥 사업수혜 기대
  • ▲ 정기선 수석 부회장. ⓒHD현대
    ▲ 정기선 수석 부회장. ⓒ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조선-전력기기를 중심 그룹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관세전쟁으로 전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서도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 AI(인공지능) 투자 기조에 따라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조선-전력기기의 미국 진출은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 중으로, 그의 그룹 내 입지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HD현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최근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했다. 한기평은 지난 2023년 5월 HD현대 신용등급을 ‘A’로 2021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한 단계 올린 이후 1년7개월 만에 또다시 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HD현대는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신뢰도를 한층 높이고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조선해양·에너지·건설기계 등 3대축의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화하며 HD현대의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점이 신용등급 상향 배경이 됐다. HD현대는 2022년까지 사실상 배당금수익에만 의존해 왔지만, 신사옥 건설과 HD현대로의 그룹명 변경 이후인 2023년부터 임대료수익과 상표권수익이 본격화하며 수익 구조가 다변화했다.

    정기선 체제의 HD현대가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1년 10월 HD현대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3년 11월 부회장에 올랐다.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 직책을 단 것으로, 오너 책임경영체제가 한층 강화됐다.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11월에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차기 총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선박 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 근무 경험을 살려 친환경 및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주도했고, AI·로봇 등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이끌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한 ‘블루수소’ 생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무인·자동화 기술 개발도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챙겼다.

    과거 HD현대는 사이클에 따라 변동성이 컸던 조선과 정유 부문의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정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조선해운·에너지·건설기계 등 3대 사업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했고, 3대 사업에서 파생되는 전력기기·선박엔진·자율운항·신재생에너지 등을 신사업으로 키우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효과는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7조7656억원으로 2023년 대비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9832억원으로 46.8% 증가했다. 조선해양 부문이 최대 실적으로 그룹 성장을 끌고, 전력기기 부문의 호조세가 이를 뒷받침한 영향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의 수주량 확대와 생산 효율화를 통한 건조물량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19.9% 증가한 25조5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전략으로 전년보다 408% 증가한 1조4341억원을 거뒀다.
  • ▲ ⓒHD한국조선해양
    ▲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은 주력인 선박 부품서비스 사업(AM)의 수주 호조세와 스마트 선박 운영 관리·자동화 솔루션 등 디지털 제어 사업 확대로 전년 대비 22% 증가한 1조74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2717억원을 기록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해 지난해 인수한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도 매출(3158억원)과 영업이익(332억원)이 각각 28.9%, 85.5% 증가하며 호실적을 냈다. 중소형 선박 추진용 엔진을 만드는 HD현대마린엔진 인수로 HD현대는 대형 선박 엔진(HD현대중공업), 발전용 엔진(HD현대엔진)을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설립 초기부터 진두지휘한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매출 1조7455억원, 영업이익 2717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주력 사업인 선박 부품 및 서비스 관련 애프터마켓(AM)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3% 확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유가증권시장에 성공리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도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힘입어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충과 AI 기술 확산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한 효과로 매출 3조3223억원, 영업이익 6690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3년 대비 22.9%, 영업이익은 112.2% 각각 상승했다.

    조선-전력기기의 업황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은 이들 사업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에서의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조선업 재건과 해군력 강화를 위해 ‘K-조선’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미-중 AI 패권경쟁에 따라 미국 내 AI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미국 해군이 발주하는 군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입찰에 참여한다. 미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하며 미국 MRO 사업 참여 자격을 획득했다. 현재 미국 조선소 인수 등 현지 거점 마련을 위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일렉트릭의 사업 전반도 직접 챙긴다. 전력기기 산업은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에 따른 고용량 전력망 수요 급증,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중동의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추진, AI 패권전쟁에 따라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미국·유럽·중동 시장의 전력 시장 확대 효과로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2021년 1조4482억원→지난해 누적 7조원 돌파로 단기간 급증했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주가도 활황으로, 이 회사 시가총액은 현재 13조1933억원으로 HD현대중공업(29조732억원), HD한국조선해양(15조9593억원)에 이어 그룹 내 ‘3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