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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성북구 소재 SK 가스충전소. ⓒ성재용 기자
국내 최대 LPG 수입·판매업체인 SK가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LPG가격 하락에 따라 매출은 하락했으나, 수익성 위주 전략을 통한 악성 해외노선 정리와 적극적으로 확대한 석유화학용 LPG가 호황기를 맞으면서다. 공격적인 스탠스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이다.
다만 수익처 다변화를 위한 사업다각화 작업이 지속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나 LPG가격 변동 등에 따른 실적변동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SK가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 4조9310억원, 영업이익 1897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4조9310억원에 비해 28.1%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1029억원)은 84.1% 급증했다.
매출이 감소한데 반해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1.50%에서 3.84%로 크게 높아졌다. 순이익도 554억원에서 1474억원으로 2.6배 뛰었다.
매출은 미국의 과잉공급에 따른 LPG 국제가격 하락 등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국제 LPG가격(CP)은 mt당 평균 430~440달러 수준으로, 전년대비 mt당 약 97~100달러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순이익의 경우 발전 자회사인 음성천연가스발전 등 지분 매각과 평가차익의 중단사업이익 등 따른 자금 유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SK어드밴스드, SK디앤디 등 지분법회사의 견조한 실적도 반영됐다.
LPG가격에 연동돼 들쭉날쭉하던 영업이익은 최근 2016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LPG 판매량 증대 및 수익성 중심의 해외 트레이딩 사업의 이익 개선으로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기발생한 평가손실 헷지용 LPG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실물이익이 반영,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SK가스의 지난해 국내 LPG 판매량은 432만t으로, 2018년보다 4% 증가한 반면 해외 LPG 판매량은 31% 감소했다"며 "이는 지난해 취임한 윤병석 대표이사가 악성 해외 수출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한 결과다. 국내 판매량은 늘리고 적자 수출노선을 제거해 내실을 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용 LPG 사용량 확대 역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K가스는 2013년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프로판에 수소를 제거해 석유화학산업의 원료로 공급하는 '프로판탈수소화(PDH)' 산업 진출을 발표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물적분할을 통해 가스화학사업 전문회사 SK어드밴스드를 설립하고 2016년 4월부터 프로판을 이용해 연산 60만t의 석유화학용 프로필렌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SK가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2018년 4분기 이후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프로필렌 가격은 다소 떨어졌지만, LPG 가격 하락세가 이를 받쳐주면서 t당 스프레드는 2018년 4분기 497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546달러로 오히려 확대됐다.
LPG에서 분류되는 프로판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프로판에서 수소 2개를 제거하면 '프로필렌'이라고 불리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가 만들어진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주로 원유로부터 '나프타'를 만든 위에 이를 프로필렌으로 바꿔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생산 증가로 LPG가격이 떨어지면서 프로판을 이용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시작하자 석유화학기업들도 조금씩 기초원료 생산시 LPG 사용량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LPG가격은 나프타의 93%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화토탈은 지난해 9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가스전용 분해시설을 완공,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도 여수·대산공장의 설비 증설을 통해 LPG 투입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가격보다 현장에서는 더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만큼 지난 2년 내내 LPG로 프로필렌을 만드는 것이 나프타보다 더 많은 마진을 냈다"며 "셰일가스 공급으로 향후 LPG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에 사용된 LPG 사용량은 458만t으로, 국내 총 LPG 사용량의 44%를 차지했다. 2015년 176만t과 비교하면 160%가량 늘어난 것으로, LPG가 국내에 도입되고 난 후 석유화학 부문 비중이 40%를 넘은 것 또한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LPG업계 한 관계자는 "가정·상업용, 도시가스용, 수송용에 사용되는 LPG 사용량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었다"며 "그럼에도 국내 LPG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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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PG 가격 동향. ⓒSK가스
다만 발전 및 터미널 등 신규 사업 투자 확대로 재무안정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SK가스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이익창출에도 지속적인 투자에 따라 잉여현금 창출이 제약돼 왔다. 연결 기준 2016년 이후 LPG가격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증가, 2014~2015년 PDH사업 투자에 따른 CAPEX 확대, 종속 및 관계사 지분투자 등의 자금부담이 발생했다.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8년 재무부담이 비교적 높은 부동산개발 부문의 연결 제외에 따라 그 해 말 1조213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지허브 흡수합병 관련 차입금 증가와 지난해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상당 규모의 리스부채가 계상되면서 3분기 기준 1조4917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 역시 자연스럽게 저하됐다.
게다가 경상적 CAPEX 외에 사업 및 수익기반 다각화 차원에서 2021년 이후 울산GPS CAPEX 본격 투입, 고성그린파워 출자(2021년 1702억원), 코리아에너지 터미널(LNG터미널) 사업 참여 등에 따라 투자소요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연결 기준 투자 규모는 2021년 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연결 대상 종속법인인 울산GPS의 대규모 CAPEX 소요가 지속될 전망으로, 이에 따른 부족자금 발생 및 채무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종속법인인 울산GPS를 통해 수행하는 울산가스복합발전사업(총사업비 1조2000억원)을 비롯한 발전 및 LNG터미널 사업 등 주요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기간, 자금조달방식, 기간별 투자액, 예상 투자성과 수준, 재무적 대응 현황 및 계획 등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