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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 가운데 지급수단인 지역화폐 등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활용이 제한적일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상황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체가구중 소득하위 70%에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한다는게 뼈대다. 지급대상과 규모는 당·정·청 회의를 거치며 절충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재정당국은 '중위소득 100%이하'를 기준으로 전체가구의 절반에 4인가구 기준 100만원, 더불어민주당은 '중위소득 150% 이하'를 기준으로 삼아 전국민의 70~80%에 1인당 50만원씩을 주자고 했었다.
이날 회의결과 긴급재난지원금은 총 1400만가구에 지급된다. 가구원별 지원금 규모는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 △4인이상 가구 100만원이다.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로 지급한다. 필요한 재원은 9조1000억원 규모로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7조1000억원을 조달하고 지방정부에서 나머지 2조원을 마련한다. 정부는 2차 추경안이 다음달안에 국회를 통과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
지급방식은 애초 현금과 사용기한이 정해진 상품권 또는 지역화폐를 섞어 지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의견이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현금을 전자화폐로 대신했다.
하지만 지원방식을 두고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전자화폐는 현금처럼 쓸수 있어 침체한 시장의 돈맥경화를 일정부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중산층을 포함하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여행·외출·외식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한 소비진작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
이날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에 대해 "정부가 한꺼번에 100만원을 주는게 아니고 30만원, 30만원 이렇게 나눠줄 것으로 안다"며 "그 방법까지는 아직 합의가 안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이 3개월간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주는 점을 참작할때 정부가 최대 100만원을 3개월에 걸쳐 나눠줄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와관련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1인당 10만원씩 주면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수가 2.8명이므로 가구당 28만원을 준다는 얘기"라며 "3인이하 가구의 월평균소득이 580만원쯤이고 400만~500만원을 소비한다고 볼때 28만원을 더 얹어주는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쪼개서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원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교수는 지역화폐(상품권)로 지급하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역화폐로 주면 (소상공인의 경우) 임대료도 내지 못한다. 상품권 방식은 쓸 용도가 제한된다"면서 "건물주가 3개월뒤 무효가 돼 없어질 상품권을 받아주겠느냐"고 했다. 이 교수는 "(지역화폐는) 선거운동 비슷한 포퓰리즘적으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경제살리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도 지난 26일 MBC 토론방송에 나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방식에 대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10만원을) 지역화폐로 받아선 (소상공인이) 밀린 임대료나 전기료를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지역화폐가 정부가 권장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2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위험하다고 했다"면서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코로나19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품권이 유효한) 3개월이내 밖(시장)에 나가 소비활동을 하라는 것은 위험한 조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