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판매 생태계 흔들… 감염 우려에 방문객 급감무늬만 비대면… 온라인 상담→방문→서명 등 '구식'테슬라 인터넷으로만… 현대·기아차 해외에선 온라인 판매
  • ▲ 자동차 전시 공간.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
    ▲ 자동차 전시 공간.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공장이 멈춰서고 수요 절벽에 직면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판매 현장에선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완성차 업체 안팎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비대면 거래를 통한 판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판매 노동조합(노조) 반발에 막혀 제대로 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마냥 소비자가 찾아오길 기다리다가는 한 대도 못 파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는 사실상 차량 온라인 판매에 손을 놓고 있다.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처리되는 수입차와는 딴판이다.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이 온라인 상담과 청약 채널을 구축했으나 실제 비대면과는 거리가 있다. 상담 신청과 주문을 하면 소비자 인근 대리점으로 배분되는 방식이다. 최소 한 번 이상은 영업사원과 마주 보고 앉아야 한다는 얘기다.

    매장에 찾아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구식’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판매 노조 때문이다. 이들은 ‘생존권 보호’를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 영업사원은 “판매 대수를 채워 인센티브(장려금)를 받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판매 도입은 곧 나가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실적에 갈리는 급여 등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윈윈 구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온라인과 전화, 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국내의 판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신차 출시 발표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정도다. TV홈쇼핑 판매 등은 모두 일회성에 그쳤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도입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하기로 했다”면서 “판매 노조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어느 정도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신차만이라도 동의해줬으면하는 바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서는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판매가 훨씬 활발하다. 독일 폭스바겐과 볼보자동차, 이탈리아 피아트 등이 관련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인터넷으로만 차를 판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차량을 소개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는 중이다. 기아차의 경우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차량을 팔고 있다.

    비대면 판매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온라인 차량 판매량이 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시장 규모는 약5조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엔 코로나19 우려에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감염을 걱정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서다. 정보기술(IT) 자문기관 가트너는 “세 번의 클릭 만으로 차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판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가 충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15만1025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월(13만8288대)보다 9.8% 증가했다. 업계는 신차가 몰렷던 탓에 충격이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