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중서 파격 마케팅 "손실 감수 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차량반납시 잔여할부 면제… 美 '실직자 보증' 재가동한달내 마음 바뀌면 차종 교환… 중 '心安理得' 시작
  • ▲ 중국 베이징현대 판매 대리점 ⓒ현대자동차그룹
    ▲ 중국 베이징현대 판매 대리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파격적인 판촉 활동을 벌인다. 실직 등 이유로 차량을 교환하거나 반납할 수 있는 특화판매 전략을 내놨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과감하게 뛰어드는 ‘역발상적 투자’로 제2의 성장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동풍열달기아가 이달 들어 ‘신안리더’, ‘아이신부두안’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베이징현대는 한 달 내 마음이 바뀌면 다른 차종으로 바꿔주는 ‘차종 교환’. 1년 내 사고를 당하면 새 차로 바꿔주는 ‘신차 교환’을 시행한다. 이뿐 아니라 출고 후 1년 내 실직 등으로 차량이 필요 없어지면 반납으로 잔여 할부 원금을 대신하는 ‘안심 구매’까지 마련했다.

    동풍열달기아는 실직, 전염병 등으로 할부금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6개월간 이를 대납해 주기로 했다. 차량을 반납하면 동일 금액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 밖에 1년 이내까지는 차량 가치의 90%를 보장해 신차로 교환해 준다.

    그룹 측은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한 전략”이라며 “현지 소비자가 안심하고 차량을 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중국 시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3만4890대를 팔았다. 지난해 동월 대비 2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풍열달기아는 38.5% 줄어든 1만3537대에 그쳤다. 다만 지난 2월보다는 감소폭이 대폭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라며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 ▲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실직자 보증 프로그램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진행 중인 실직자 보증 프로그램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판매 ‘긴급처방’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실직자 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1년 내 실직 시 차량을 환불해주거나 기름값을 보태는 방식이었다. 

    당시 확고한 믿음을 준 마케팅은 금융 위기에도 성장을 이어가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2009년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43만5064대로 2008년(40만1742대) 대비 8.2% 뛰었다.

    특히 업계 최초로 도입한 10년, 10만마일(파워트레인 기준) 보증 정책은 품질 관리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실직자 보증 프로그램을 11년여 만에 다시 가동했다. 다음달 말까지 미국 시장에서 직장을 잃은 구매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할부금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다만 현대파이낸스를 통해 구입한 경우에 한한다.

    이 기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코나 등을 산다면 최대 90일간 할부금 납부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극도의 불확실성과 소비자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며 “실직자 보증 프로그램이 걱정 중 하나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3만5118대를 팔아 2월보다 42.5% 뒷걸음질 쳤다. 기아차의 경우 18.6% 감소한 4만5413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