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n번방 일조' 국민청원 등장"미성년 캐릭터에 선정적 의상 입혀"업계 "근거 없는 비난 지양해야"
  •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내 게임업계가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 유포 사건인 'n번방' 사건으로 때 아닌 불똥을 맞고 있다.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자극적 장면을 표현한 일부 게임사들의 선정적 광고 등이 이번 사태에 일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산 게임을 중심으로 선정적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며 강한 반박에 나서면서도 국내 게임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N번방같은 사태를 만드는데 일조한 한국 게임업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이날 오전 기준 6600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해당 청원글의 마감일은 오는 23일로, 업계에선 1만명을 훌쩍 넘는 동의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원인은 "모바일 게임과 도박성 짙은 가챠제도가 성행하고 몇 년간 한국 게임업계는 겉잡을 수 없이 타락했다"며 "미성년자 캐릭터들이 선정적 의상을 입고 광고에 나오는 등 한국 게임의 윤리적 기준은 이미 타락한 지 오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게임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포르노에 어린 청소년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도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 근거 없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게임을 엮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게임업계는 살인 사건 등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의 배후로 지목되며 매번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지난 2018년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역시 게임 중독을 원인으로 판단한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게임학회 한 관계자는 "게임을 향한 따가운 시선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n번방 사건 같은 사상 초유의 끔찍한 사건과 게임을 연관 짓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태도"라며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청원글에서 문제가 된 선정적 광고에 대해선 엄정한 심의를 거치고 있는 국내 게임사가 아닌, 중국 등 외산 게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을 받은 게임물의 내용과 다른 내용일 경우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등급과 다른 등급을 표시할 경우 ▲게임물내용정보를 다르게 표시할 경우 ▲게임물 내용정보 외 사행심을 조장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에 광고 사후심의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지난해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를 발족해 일부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올 초 정부가 공개한 게임법 개정안에는 '광고 사전심의'가 포함되는 등 보다 엄격한 심의를 앞두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외산 게임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로 인해 선정적 광고가 자행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 역시 수많은 광고로 일일히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n번방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게임이 이 같은 청원글로 무차별적 비난을 받을까 우려스럽다"면서도 "정부와 관계부처는 외산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