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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앞서가는 발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진단키트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 결과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업체들로서는 외교부 발표로 인한 과도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8일 미국 연방정부와 국내 3개 업체 간 계약이 마무리돼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다음주 중 미국으로 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말 국내 업체 3곳의 제품이 FDA의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 승인'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가 '잠정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사전 승인이라는 용어가 업계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결과다.
외교부는 지난 8일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FDA의 잠정 승인을 받은 국내 업체 3곳과 직접 계약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국내 업체 3곳이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FEMA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솔젠트와 오상헬스케어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솔젠트는 지난 7일 국내 진단기업 최초로 FEMA에 비축전략물자 조달업체로 등록됐다고 알렸다. 솔젠트는 FEMA에 코로나19 진단키트 15만명분을 초도 공급하고, 메르스 등 40여 개 제품에 대해서도 미 연방 비축전략물자로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오상헬스케어도 외교부 공조로 FEMA와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해 이번주에 1차로 30만명분을 선적하기로 했다.
양사는 FDA 긴급사용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아직 결과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FDA 긴급사용승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양사는 공식적인 FDA 통보가 오기 전까지는 결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FDA 긴급사용승인이) 거의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FDA 긴급사용승인과 이 건(FEMA와 공급 계약 체결)은 별도"라며 "정부에서 많이 도와준 것은 맞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기업들은 씨젠, 코젠바이오텍, 에스디바이오센서, 랩지노믹스, 엑세스바이오 등이 있다. 해당 업체들은 FDA 긴급사용 승인 결과에 따라 수출 물량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교부의 잇단 선제적인 발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총선을 앞두고 진단키트 업체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외교부는 (국내 업체 3곳이 어딘지) 알 것 같다"며 "곧 총선이 있으니 (일부러 감추면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이어 "외교부에서 FDA 긴급사용승인이 안되면 책임지는 것도 아니면서 명확하지 않은 발표로 자꾸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게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의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 시점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FDA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했고, 외교부도 예고한 게 있으니 FDA의 긴급사용승인 결과 통지 시점이 임박한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9일 현재 FDA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난 7일까지 총 30개사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것으로 게재돼 있다.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30개사 중에 국내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