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임명장 받고 ‘3년 임기’ 업무 시작, 첫 ‘여성·내부승진’ 타이틀과거 포괄수가제 도입 갈등 뒤로 하고 의료계와 ‘소통 활성화’ 숙제 ‘서울대 의료관리학’ 코드인사 비판 피할 수 없는 상황… 전문성으로 승부
  • ▲ 김선민 제10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김선민 제10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수장이 바뀌었다. 신임 원장은 김선민 기획상임이사로 2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3년이다. 

    심평원장은 통상 대학병원 교수 등 외부영입이 주를 이뤘지만 이를 뒤엎고 내부승진되는 사례가 됐다. 첫 여성 원장이라는 타이틀도 동시에 갖는다.

    이는 분석심사 등 급변하는 보건의료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기관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외부수혈 대신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 빅데이터 기반 ‘코로나19 후속연구’ 등 대응책 마련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심평원은 건강보험 기반 환자 정보 등 대규모 보건의료빅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 적용을 토대로 다양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전임자였던 김승택 원장은 지난달 복지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양질의 실제 임상데이터를 코호트데이터로 구축해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원데이터는 기관 내 보유를 원칙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했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권위 있는 학계 및 정부기관과 협력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선민 신임 원장은 기관 자체연구 또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제한된 정보를 풀고 신속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신속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진행하려는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원데이터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의료계와의 ‘진정한 소통’ 숙원과제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면 이를 심사해 적절한 급여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심평원의 역할 탓에 의료계와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중론이다.

    특히 김선민 신임 원장을 바라보는 의료계는 시선은 아직 낯설고 불편하다.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심평원 상근평가위원 자격으로 TV토론에 나와 의료계와 갈등이 발생했다. 

    김 신임 원장은 당시 “비용과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자료 왜곡 등 논란이 발생했고, 극단적인 일부 의사들의 욕설 테러 등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난 2018년부터 기획상임이사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의료계와의 소통을 주요 과제로 삼아 업무를 진행했다. 

    김 신임 원장은 기획상임이사 재직 시절 “제때 제때 신속한 소통이 진행돼야 오해를 사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데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유용한 정보를 담은 홍보 콘텐츠 제작을 대폭 늘리고 더 많은 의료기관이 이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로 접점을 확대하기도 했다.

    상임이사에서 원장으로 무게감이 더 커진 만큼 ‘소통 활성화’ 과제를 수행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포괄수가제 도입 당시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가 컸는데 점차 그 부분이 완화되고 있다. 기획상임이사를 거쳐 원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료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심평원 10대 원장, ‘코드인사’ 논란 극복이 관건    

    김선민 신임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계 주요 인사들을 관통하는 ‘서울대 의료관리학’ 코드가 그대로 적용됐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문케어 설계자로 불리는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주축으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에 이어 김선민 신임 원장까지 모두 서울대 의료관리학 출신이다. 

    모 대학병원 원장은 “현 정부는 서울대 의료관리학 출신이 보건의료 정책을 독점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른바 김용익 사단이 기관장에 포진한 상태다. 과연 다양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코드인사로 치부하기에는 김 신임 원장의 경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1998년부터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경력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연구담당관,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등을 역임했고, 현재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그룹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신임 원장은 지난 2018년부터 심평원 기획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제2사옥 건립 등 지방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사체계 개편을 통한 보건의료 발전과 DUR 활용 환자 정보제공 등 코로나19 대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신임 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