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평보다 높은 금리 덕… 수요예측 1조 몰려국제유가 급락-석유 수요위축 등 수익성 악화투자확대-현금창출력 부진 속 재무구조 부담도
  • ▲ SK 울산CLX 내 SK에너지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SK이노베이션
    ▲ SK 울산CLX 내 SK에너지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가 업황 침체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흥행몰이는 자금조달에 목적을 둔 금리 상향 책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황 침체에 따른 영업성적 부진과 재무성과 저하 등 아직 가시밭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0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만기별로 3년물은 2000억원 모집에 6000억원의 주문이 몰렸으며 5년물은 400억원 모집에 2400억원, 10년물은 600억원 모집에 1100억원 주문이 각각 들어왔다.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증액도 유력해졌다.

    SK에너지는 이번 회사채 발행 직전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발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이에 SK증권·KB증권 등 주관사와 함께 금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면서 투심을 이끌어낼 발행 전략을 세웠다. 기존 금리 수준으로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년물의 경우 개별민평(1.590%)에 비해 60bp를 높였다. 이는 최근 A0등급 민평금리 2.188%보다도 높은 금리다. 5년물과 10년물은 최대 70bp 더 높게 책정했다. 'AA+'의 SK에너지가 자금조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금리) 상단을 공략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을 다수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부정적' 꼬리표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외형 변동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SK에너지의 영업성적과 재무성과는 모두 불확실하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가 급락 및 생산제품 전반의 마진 축소에 따른 큰 폭의 실적 부진이 전망되며 수익성 저하 및 대규모 투자 부담 등으로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상태이고, 중기적으로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에너지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순이익은 2014년(7554억원) 이후 5년 만에 다시 순손실(322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액도 전년대비 꺾였다.

    2018년 4분기 이후 높은 유가변동성, 미중 무역 갈등, 국내외 경기 둔화 및 업계 신증설 부담 등으로 실적이 둔화됐다.

    특히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OPEC과 러시아의 감산합의 불발 등에 따라 유가도 급락한 상황이다.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중심으로 정제마진 부진도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 전망, 정제마진 약세 지속 등으로 올해는 큰 폭의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유가 급락으로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부진 심화 및 재고 관련 손실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 전체적인 손익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향후 유가 회복으로 재고 관련 손실이 일부 환입되고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점차 해소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지만, 당분간 유가, 정제마진 및 주요 제품의 글로벌 수급 상황에 연계된 실적가변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악화된 재무안정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당장 저하된 이익창출력으로 자본 규모가 2016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부채가 나란히 증가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모두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장기차입금 및 사채의 경우 2011년 물적분할 이후 가장 많은 2조9722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170%)은 에쓰오일(151%), 현대오일뱅크(136%), GS칼텍스(85.7%) 등 경쟁사 평균을 크게 웃돈다.

    2017년부터 연간 1조원 안팎의 배당금 지급, SK네트웍스의 석유제품 도매 판매사업 인수(2880억원), 1조원 규모의 VRDS(감압잔사유 탈황설비) 투자 등 자금소요가 확대됐다. 올해도 VRDS 관련 자금소요가 4500억원가량 지속될 예정이다.

    조원무 한기평 전문위원은 "매출 및 이익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VRDS 잔여투자도 집행될 예정으로,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투자 및 배당 통제, 정제마진 회복 및 VRDS 가동 효과 등을 바탕으로 점진적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증가한 재무 부담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