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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은행산업 등급 전망을 하향한데 이어 피치사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은행권 부실여신비율 악화가 예상되면서 은행 신용도에도 타격이 가해진 것인데 정부가 은행 건전성관리를 위해 '바젤Ⅲ'를 조기도입한 조치가 은행 신뢰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란 평가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피치는 지난 24일 은행들의 1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은행의 등급 조정을 발표했다. 피치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장기발행자등급(IDR)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정책당국의 코로나19 구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 6개월 연기, 국책기관 보증대출 추가, 채권시장안정기금 등으로 인한 영향이 향후 2년간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용도에 큰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은행권이 기대이상의 1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이 부분이 신용도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1분기 실적에 코로나 사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책은행과 민간은행 주도의 위기 극복대책이 은행 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계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상환을 유예해 은행의 여신관리를 어렵게 한 점이 향후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볼 때 바젤Ⅲ 조기 도입으로 BIS(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해 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이는 것은 은행 신뢰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앞으로 은행의 펀더멘탈 악화가 본격화해 은행등급이 하락한다면 해외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는 “외국인의 대규모 채권매수에도 한미 간 금리차-스왑스프레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은행채 스프레드도 정부의 개입으로 하락한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은행업과 은행 주가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은행을 통한 부양책에서 재정을 통한 부양책으로 변경하고 은행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