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해지액 8조 달해…1년새 41% 급증내수부진·실물경제 침체에 생활고 직면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기자금 몰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서울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는 2년제로 가입한 은행 예금을 만기까지 6개월 앞두고 해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은 줄어드는데 고정지출은 그대로인 탓에 당장 생활비로 쓸 돈이 필요해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이어지자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소비자들이 미래 목돈 마련을 위해서 저금해 둔 예·적금을 깨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7조7389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3월보다 41.4%(2조2642억원) 급증한 것으로, 묶어둔 돈을 당장 찾아야 할 만큼 소비자에게 닥친 어려움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2월 예·적금 해지액과 비교해도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부터 해지 액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1월 예·적금 해지금액은 5조75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6.3%(1조1194억원) 줄었고, 2월에는 2.0%(1139억원) 소폭 늘어난 5조7860억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수입이 줄고 소득이 감소하는데도 고정지출은 그대로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당장 급전이 필요해 만기를 두세달 앞둔 예·적금까지 해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예·적금은 미래 여윳돈을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묶어둔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우대금리도 사라지고 이자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급적 깨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소비자들이 예·적금을 깨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 내수부진과 실물경제 침체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도해지 사례는 더 늘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증시가 폭락하자 투자기회를 엿보기 위해 대기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투자 금액은 3800억원으로 지난 1월보다 12배 넘게 뛰었다. 최근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이 높아진 변동성에 편승 움직임이 커지자 무분별한 투자 피해 우려와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