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글로벌 선두업체 '도약'… 안정적 성장 취해'후발' SK이노베이션 "공격 앞으로"… 추가 투자 결정모바일 등 그룹 '뒷받침' 삼성SDI, 보수적 투자 기조 '견지'
  • ▲ 배터리3사 사업 전략. 자료=각 사. 실적=연결 기준. 신용등급=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
    ▲ 배터리3사 사업 전략. 자료=각 사. 실적=연결 기준. 신용등급=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

    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한 2차 전지 수요의 중장기 전망은 장밋빛이다. 그러나 높은 양적 성장 이면에는 플레이어 증가에 따른 치열한 경쟁이 잠재돼 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 등의 대외환경 변화에 맞서 각기 다른 투자전략을 세워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선도 업체로의 도약을 목표로 확장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안정적 성장'을 취했다.

    2019년 기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의 점유율은 약 13.5%로, 글로벌 3위의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사실상 전 세계를 아우르는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3사 중 가장 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테슬라가 파나소닉 단일 공급업체에서 LG화학을 추가 공급업체로 선정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업체향 수주물량이 꾸준히 확보되고 있어 2차 전지시장 내 시장 지위가 더욱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관리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차동석 부사장은 "미래사업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줄여 연 6조원에서 5조원대 초중반으로 투자를 감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LG화학의 2차 전지 생산능력은 연말 100GWh에서 2023년 210GWh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Fast Follower' 전략을 펼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전략이다.

    지난 달 말 이사회를 열고 미국에 추가로 전기차 배터리2공장 투자를 결정했다. 2공장 추가 출자금액은 7억2700만달러다. 지난해 착공한 조지아1공장과 더하면 모두 3조원이 투입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주력인 정유사업이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쟁사인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이미 대규모 영업손실 기록을 발표한 상황이다.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투자계획 이행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SK의 선택은 '공격 앞으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투자로 전 세계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과 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밖에 중국 및 유럽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보유한 분리막 기술을 바탕으로 2차 전지 소재 분야의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협업관계를 구축, 수주잔고를 축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재무정책 하에 투자규모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위권의 모바일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의 수혜를 입어 경쟁사에 비해 소형 2차 전지 사업의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2차 전지 사업의 주요 타깃 지역도 중국과 유럽으로 설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유기적인 협력 하에 전략적으로 중대형 전지 사업의 비중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권영노 삼성SDI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로 수요 변동가능성이 큰 만큼 시설투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자동차 전지는 고객과 약속한 중장기 플랜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변동이 없다. 헝가리 공장 증설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2차 전지 사업 예상 자본적 지출은 약 1조~1조5000억원으로 경쟁사에 비해 투자규모가 가장 작으며 생산능력 확충 속도도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개발 중인 자동차 전지 제품 '젠(Gen)5 배터리'는 2021년부터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 ▲ 배터리3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지 현황. 자료=각 사. ⓒ한국기업평가
    ▲ 배터리3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기지 현황. 자료=각 사. ⓒ한국기업평가

    한편, 2차 전지 시장의 핵심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은 주요 국가의 친환경정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등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최근 수년간 전기차 판매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국, 미국 등 일부 국가가 2020년을 전후로 보조금 정책을 점차 축소하는 추세다. 또 최근 유럽연합이 대규모 컨소시엄을 조성해 2차 전지 사업에 진출했고, 일부 완성차업체는 2차 전지 사업의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던 지원책이 약화되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전기차의 채산성 개선에 초점을 둔 사업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2차 전지 시장의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이어지면서 2차 전지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공급이 꾸준히 확대되면 업체간 가격 경쟁이 촉발될 수도 있고, 전방업체의 2차 전지 가격 인하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2차 전지 시장은 본격적인 시장경쟁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업체별 2차 전지 사업의 승패는 차별화된 사업경쟁력을 통한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보, 대규모 투자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도 감내 가능한 재무여력 등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영향으로 영업활동을 통한 투자재원 마련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LG화학의 경우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북미 ECC(에탄분해설비), 중국의 전방위적 설비투자 등으로 과잉공급이 심화되는 반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2차 전지 사업도 2021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단기 실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2차 전지 사업의 확장적인 투자전략으로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로서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가 3사 중 가장 시급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가 및 정제마진 급락,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주력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전지 사업에서 기확보된 수주물량을 감안할 때 확장적인 투자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재무안정성이 더욱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되면서 단기적으로 소형 전지 및 잔자재료 부문 영업실적이 저하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 부문이 주력 매출처인 삼성전자의 확고한 글로벌 시장 지위 및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고, 중대형 전지사업도 유럽향 수주물량으로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무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주력 사업의 현금창출력, 투자 정책 등이 각 사의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2차 전지 사업의 투자 대응능력이 사업경쟁력으로 직결돼 사업안정성 및 투자 회수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