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에서 다시 임의가입으로… 1년 만에 원점으로성능기록부 앞세워 매매업자들에게 비용 전가"성능·상태점검 업체 관리감독 방안 만들어야"
  •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
    ▲ 한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외부 전경.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데일리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 배상책임보험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비용 부담 주체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큰 논란이 된 지 1년여 만이다.

    국회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매매업체는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울며 겨자 먹기’로 분담해야 했다.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8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성능·상태점검 업자가 의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을 임의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개정안의 골자다.

    5월 임시국회 내에 본회의만 열리면 통과가 무난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1일 성능·상태점검 업체에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오랜 시간 불신이 많았던 중고차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특히 중고차의 ‘주민등록증’으로 불리는 성능기록부의 신뢰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필수 증빙서류다. 매매업체는 거래 시 구매자에게 의무 발급해야 한다. 일정 기간 무상 수리와 보상, 환불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국회와 국토부는 책임보험이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상은 달랐다. 성능·상태점검 업자는 책임보험을 들면서 성능기록부 관련 비용 올리기에 나섰다. 실제 지난해 실제 일부 업체는 대당 3만 원 선인 비용을 4만4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들은 보험금 지급에 대한 우려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 비용은 고스란히 매매업체 부담으로 남았다.

    실제 인천의 한 대규모 매매업체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1억5000만원의 책임보험료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생태계를 감안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고차값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뢰를 잃은 가장 큰 원인은 ‘만들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인 성능·상태점검 업자”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사이에선 혼선이 생겼다. 직접 거래한 매매업체, 성능·상태점검 업체가 아닌 제3자 손해보범사를 상대해야 했다. 실질적으로 돈을 내는 구매자의 책임보험 선택권은 없었다. 성능·상태점검 업자의 계약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업계는 책임보험이 결국 폐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의 가입으로 바뀌는 경우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치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 손보사는 상품을 없애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등이 불과 1년여 만에 제도를 뒤집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고차 업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많다. 없는 물건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사기판매, 결함을 책임지지 않는 업무 태도 등을 범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신뢰를 망가뜨린 셈이다.

    한 매매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가 절실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책임보험이 아니라 성능·상태점검 업체를 육성하고 불공정 행위 시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