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사업소득·저소득층 근로소득 줄어… 소주성 논란 가열될 듯저소득층이 허리띠 더 졸라매… 1분위 소비지출 1년 전보다 10% 감소
  • ▲ 점심 한 끼도 버거운 서민들.ⓒ연합뉴스
    ▲ 점심 한 끼도 버거운 서민들.ⓒ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소득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시도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고용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이 많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면서 소비지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역대 최대 폭의 감소를 보였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49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 소득은 전체 분위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월평균 1115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 소득 하위 40%(2분위) 가구는 317만원(0.7%), 소득 하위 60%(3분위)는 462만원(1.5%), 소득 하위 80%(4분위)는 634만2000원(3.7%)으로, 저소득 가구일수록 증가율이 낮았다.

    저소득 가구는 근로소득이 줄었다. 1∼3분위 가구는 근로소득이 지난해보다 각각 3.3%, 2.5%, 4.2%씩 줄었다. 1∼3분위 근로소득이 나란히 감소한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고소득 가구는 사업소득이 감소했다. 4분위는 12.3%, 5분위는 1.3% 각각 줄어들었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한 1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1배로 나타났다. 1년 전(5.18배)보다 0.23배 포인트(P) 올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고소득 5분위의 평균소득을 저소득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하다는 의미다.

    1분기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년 만에 격차가 줄었지만, 1년 만에 다시 격차가 커졌다. 진보 정권의 복지정책으로 저소득 가구의 이전소득은 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근로소득이 줄면서 1분위만 가구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게 컸다.

    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을 자세히 보면 정부나 다른 가구로부터 받은 이전소득(69만7000원)은 2.5%, 사업소득(25만7000원)은 6.9% 각각 늘었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공적자금과 사회수혜금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51만1000원)이 10.3% 증가했다. 반면 근로소득(51만3000원)은 3.3%, 재산소득(1만6000원)은 52.9% 각각 감소했다.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는 줄어들었지만, 정부가 주는 연금 등은 늘었다는 얘기다. 통계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소주성 정책을 두고는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정부의 퍼주기 정책이 근로소득이 줄어든 저소득 가구의 소득수준 유지에 이바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3년의 성과와 2년의 과제 토론회'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교역둔화 등 악화한 대외 여건 속에서도 성장률 급락을 억제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소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밀어붙인 소주성이 되레 고용 악화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고 고용감소를 막으려고 노인 일자리사업을 확대하는 등 재정 투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와 제조업이 흔들리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사이 코로나19가 범유행하면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는 등 고용 한파가 거세졌다는 견해다.

  • ▲ 소비.ⓒ연합뉴스
    ▲ 소비.ⓒ연합뉴스

    소비는 코로나19로 바깥활동을 꺼리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분기 전국 가구당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287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0% 줄었다. 감소 폭으로는 200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대다.

    의류·신발(-28.0%)과 교육(-26.3%), 오락·문화(-25.6%) 등의 항목에 대한 지출이 급감했다.

    저소득층이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48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줄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소비지출 중에선 교육(4만9000원)의 감소 폭이 49.8%로 가장 컸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5만3000원) 46.7%, 의료·신발(4만2000원) 36.0%, 주거·수도·광열(27만2000원) 10.4%, 음식·숙박(13만5000원) 9.3%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다만 비주류음료(32만3000원)와 주류·담배(2만8000원), 통신(8만8000원)은 각각 10.5%와 9.2%, 12.1% 늘었다.

    2분위(209만7000원)와 3분위(270만9000원)의 소비지출도 각각 7.3%와 11.8% 감소했다. 이에 비해 4분위(341만원)와 5분위(468만6000원)는 1년 전보다 각각 1.4%와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