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덴코 지분 매입, 반도체 소재사업 '기웃'M&A 통한 고부가 신사업 발굴 의지 드라이브
  •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이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쇼와덴코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예고한 M&A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1617억원에 사들였다.

    1939년 설립된 쇼와덴코는 시가총액 3조8000억원 규모의 중견 화학업체다. 주로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소재를 생산하는 종합 화학기업이다. 특히 불소계 특수가스 전 제품 라인업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CF계 식각가스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앞서 쇼와덴코와 지난해 일본 배터리 음극재업체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서 맞붙은 경력이 있는 만큼 이번 지분 매입은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신동빈 회장의 M&A 의지에 따라 일본 내 기술력이 높은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 활로를 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 일환으로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인수전과 관련, 신 회장은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화학 분야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히타치케미칼 매각 입찰에 참가했지만, 고액이어서 결국 얻지 못했다. 다른 유력한 기술을 가진 회사도 많은 만큼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인수전은 쇼와덴코가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10조2000억원에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케미칼의 지분 인수가 향후 추가 투자나 M&A로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부가 소재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지속적으로 쇼와덴코의 지분을 확보해 향후 반도체 소재 분야까지 외형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먼저 나온다. 현재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범용 제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스페셜티 제품군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8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강점을 보인 범용 제품군인 올레핀 사업에서 117억원, 아로마틱스 사업에서 407억원의 영업손실이 각각 발생했다.

    이에 반해 스페셜티 사업군인 첨단소재사업과 롯데정밀화학에서는 각각 410억원,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최근의 위기 상황은 오히려 다양한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어 "견조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기존 투자 외에도 향후 나올 수 있는 다양한 M&A 기회에 대응하겠다"며 "이를 위해 최근 전담조직도 꾸렸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정통 석유화학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를 동반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M&A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 측은 "수익 창출을 위한 단순 투자"라고 설명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하면서 미래 성과가 우호적으로 전망되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눈여겨보고 있지만, 이번 투자가 신소재 사업 확장이나 M&A 가능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을 비롯해 글로벌 1위 인조대리석 업체인 터키 벨렌코를 인수하는 등 M&A를 통한 신사업 발굴 의지를 드러낸 만큼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에는 원료 가격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코로나19 영향 본격화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업계 실적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롯데케미칼의 경우 부채비율이 낮고, 차입금 규모도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등 재무적 체력이 견실한 만큼 그룹 전반적인 경영 기조에 따라 실적 하락 타개책으로 M&A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롯데케미칼의 △유동비율 248% △부채비율 43.4% △차입금의존도 21.3% 모두 우수하다. 게다가 유동비율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6.8%p 높아졌으며 부채비율(-14.4%p)과 차입금의존도(-2.21%p)도 개선됐다.

    한편, 두 달여 간의 일본 출장과 자가 격리 기간을 가진 신 회장은 최근 잠실 사무실로 출근을 재개하고, 그룹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각 실장, 4개 BU장이 참석한 임원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과감한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문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일본에서 현지 경제계 관계자들과 만나고 글로벌 경제 상황을 살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룹 전략 방향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