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1Q 사상 최대 실적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위기 속 선방피지오겔 인수·후 이어 숨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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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휘청이고 있다.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인력 감축과 매장을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 역시 10개월만에 하락세로 꺾였다.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소비 탄력성이 높은 화장품업계의 매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위기를 기회로' 시리즈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미래 성장엔진을 준비하는 화장품 기업들을 살펴본다.<편집자주>LG생활건강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증가세를 지속한 것.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업계가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LG생활건강은 올해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 1분기 영업이익은 333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8964억원으로 1.2%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2342억원으로 3.7% 증가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등 오프라인 수요를 완전히 상실당한 상황이다.
앞서 차석용 부회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난관도 뚫고 나간다는 각오를 가지고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기존 사업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알짜배기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2007년 M&A 행렬이 시작된 이후 24번째이며 2014년 CNP(차앤박) 화장품 인수에 이은 6번째 더마 화장품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더마화장품과 퍼스널케어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더마화장품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LG생활건강은 2014년 인수한 차앤박 화장품 브랜드를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뉴에이본 지분 100%를 1476억원에 인수하는 등 14년 새 24건의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한국음료 등을 인수하며 사업부문을 화장품 외 생활용품, 음료로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
후를 이을 차세대 브랜드를 육성시키는 것도 과제다. 후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지난해에만 2조583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실제 LG생활건강은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6.4%, 10.0% 감소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후는 1분기 매출이 8% 감소했지만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인 로시크 숨마와 더 퍼스트 매출은 각각 13%, 52% 증가했다. CNP도 13%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 럭셔리 화장품 라인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를 방어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숨을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배우 전지현을 새로운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숨37°이 워터-풀 단독 라인으로만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누적 매출 1조원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또 한방 화장품 럭셔리 브랜드 사가秀(수)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수려한秀(수)을 아우르는 패밀리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의존도 해소는 물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 일본 화장품의 시장점유율 증가 등 위기 요인에도 대비하기 위함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생활용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리스크를 축소하고 있지만 화장품 매출의 타격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란 의견도 나온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국가 사이를 이동하는 여행이 줄면서 면세점에서 2분기에 1분기보다 저조한 판매실적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전체 화장품 매출 가운데 고가화장품(후, 숨, 오휘 등) 브랜드의 매출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화장품 소비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고가 화장품을 중심으로 화장품업종 안에서 수요를 가장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